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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절대 잊지 않을게’…작가들 세월호 추모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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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해 12명의 소설가들이 모였다. 공동소설집 <숨어버린 사람들>(예옥)이다.

1967년 데뷔한 윤후명부터 올해 등단한 정남일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세월호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즈음해 15명이 함께 펴낸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에 이은 두번째 소설집이다.

윤후명은 ‘물 속의 집’에서 단편소설 ‘협궤열차’를 쓰던 과거로 돌아간다. 문학에 매달렸던 과거의 자신과 시화호가 매립돼 물고기들이 땅에 묻힌 옛 안산의 이미지가 겹친다. 이미지는 “물속에 잠겨 까닭도 모르게 목숨을 잃은 젊은 생명들”로 이어진다.

표제로 사용된 이평재의 ‘숨어버린 사람들’은 참사 당시 잠수사로 구조에 나섰다가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린 남편,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비극은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불의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고3 아들로 이어진다. 유장한 입담의 김종광은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멀쩡한 닭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농촌의 이야기다. 이름 대신 ‘삼신딸(44년생)’ ‘욕쟁이(40년생)’ ‘조딴지(53년생)’로 표기되는 등장인물들은 생명을 억지로 빼앗아야 하는 막막함과 이면에 자리한 시스템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시선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작품의 불균질함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한 명의 개인인 작가가 거대한 시대적 비극을 오롯이 품어내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여 작가들은 공동 취지문을 통해 “문학은 단순한 삶의 재현은 아니며 실제를 그리는 것에 만족함도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시대와 현실은 문학을 상상과 허구에서 진실과 증언 쪽으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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