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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알아보니]"집회 인원 왜 발표 안해?" 언론·경찰 비난한 홍준표,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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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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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언론과 경찰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한국당이 이날 서울 강남 코엑스몰 앞에서 ‘5천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저지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는데, 언론과 경찰이 집회 참가 인원을 ‘일부러’ 보도하거나 추산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입니다.

경향신문

홍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10만 대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니 언론에서는 집회 참가 인원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경찰은 추산 않겠다고 하고”라며 “쯔쯔쯔” 혀를 찼습니다. 이어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이고 경찰의 현주소”라며 “촛불시위 때는 몇배 불려서 경쟁적으로 보도하더니 참으로 한심한 대한민국 언론이고 경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 대표 주장은 한국당 집회가 많은 당원·시민 참여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는데, 언론과 경찰이 정권 등의 눈치를 봐서 의도적으로 참가 인원을 보도 혹은 공표하지 않았다는 말로 읽힙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을 요구하던 촛불집회가 매주 서울 도심을 뒤덮던 1월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당시 경찰은 내부 방침을 언론에 통보했습니다. 언론에 공표하던 집회 참가 인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논란’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연합뉴스: 경찰 "앞으로 탄핵 찬성·반대집회 자체추산 인원 비공개")

“경찰의 인원 추산이 갈수록 논란이 되고, 몇 주 전부터는 탄핵 찬반을 놓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단체들이 동시에 집회하다 보니 어느 집회 참가 인원이 많은지를 두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 당시 경찰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전한 말


실제로 촛불집회 인원 추산을 두고 집회 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 인원이 60만명과 2만4000명 같은 식으로 차이가 너무 커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한국처럼 인원 밀도를 활용해 집회 인원을 계산하는 방식인 ‘페르미법’을 사용하는 미국·일본 등 사례 역시 참고해 비공개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후 경찰은 집회 인원 추산을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내부 정보로만 활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9일 한국당 집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경찰이 집회 인원을 추산하지 않겠다고 한 건 지난 1월 세운 비공개 방침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집회현장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들도 예전엔 인원을 시점마다 통보받고 경비 대책을 세웠지만 지금은 인원을 집계하지도, 정보 담당 경찰들로부터 통보받지도 않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집회 참가 인원을 언론에 발표하지 않기로 한 건가요.

“아예 집회 인원 집계를 안하기 때문에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겁니다.”

-모든 집회에서 참가 인원을 추산하지 않고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 수가 눈에 뻔하게 보이는, 예를 들어 100명 정도 참가한 집회는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 없이 눈으로도 셀 수가 있죠. 하지만 한 눈으로 조망 안되는 규모 집회는 입체적으로 봐야해서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합니다.”

-한국당 국민보고대회도 같은 경우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집회 인원을 추산하지 않은 데) 특별한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당 국민보고대회는 1만명이 참가했든, 주최 측 주장대로 10만명이 참가했든 ‘한 눈으로 참가 인원을 조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러진 건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두고 “진실이 거짓에 가려진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라고 한 홍 대표의 말은 다소 지나치다는 비판이 가능해 보입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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