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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허탈함에 집 밖으로 잘 안 나와”···사드 발사대 추가배치 후 첫 주말 맞은 소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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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낮 12시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왕복 2차로 도로 가장자리에는 사드 배치 반대 메시지가 적혀 있는 돌탑이 무너져 있었다. 주민과 종교인이 잠시 머물던 천막 등의 시설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진 채였다. ‘사드 적폐 수용 문재인은 박근혜가 되려는가’ ‘미국에 굴종하고 촛불민심 배신 문재인 정권 규탄’ 등이라고 적힌 펼침막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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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과 사드 배치 반대 단체 관계자는 마을회관 앞 왕복 2차로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도로 일부 구간에는 천막 뼈대 등이 쌓여 있어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군과 경찰의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된 후 처음으로 주말을 맞은 소성리 마을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난 7일 사드 발사대 등을 실은 차량이 지나간 도로는 태풍이 휩쓸고 간듯 했다. 마을회관에는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 주민 10여 명만이 모여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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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박규난씨(여·68)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 대부분이 몸에 멍이 들고 타박상을 입어 오늘도 마을회관에서 침을 맞으며 쉬고 계시다”면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이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무리하게 사드를 배치해 너무 억울하다. 주민들이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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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이재구씨(84)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후) 주민들이 집 밖으로 잘 안 나온다. 허탈해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조용한 시골마을에 갑자기 사드라는 게 배치된다면서 시끄러워지더니, 주민들이 그렇게나 반대해도 결국 사드 발사대가 다 들어갔다”면서 “정부가 주민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 붙였다는 점에 다들 속상해 한다”고 말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 등 사드 배치 반대 6개 단체와 주민은 마을회관 주변 청소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 다만 종교인들이 거처로 사용하던 천막과 탁자 등은 부서진 탓에 복구에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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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소성리 종합상황실 측은 “현재까지 주민 등 70여 명이 십자인대 파열, 골절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부상과 재물손괴, 인권침해 등 피해 정도를 자세히 파악한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진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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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이날 오후 2시 마을회관 앞에서 교도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8시에는 사드 배치 반대 6개 단체와 주민 150여 명이 촛불집회를 열고 사드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배치 관련 대국민 메시지에 대해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마치 되돌릴 수 있는 임시배치라고 강변하는 것은 자기 기만이자 주민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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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원불교 교무)는 “오는 11일 6개 단체 관계자가 모여 앞으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반대 6개 단체는 오는 16일쯤 ‘5차 국민평화행동’을 열고 사드 철거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주 수·토요일 진행되는 집회는 계속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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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이후 주민 반발을 우려해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오후 경찰이 숙소 및 작전 대기장소로 사용했던 건물에는 10명 안팎의 인력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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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한미군 사드 기지 800m 앞에 위치한 검문소에는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또 마을회관에서 1.7㎞ 떨어진 월곡교 위에는 버스 6대가 정차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3개 중대 200여 명의 인력을 마을 인근에 대기시킬 뿐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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