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나는 역사다] 아버지 살해한 중세 가정폭력 피해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베아트리체 첸치

(1577~1599)

1599년 9월11일, 교황청에 의해 사형당하다

한겨레

위키피디아


프란체스코 첸치는 소문난 파락호. 그런데 귀족이었다. 죄를 짓고도 제대로 벌을 받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자녀에게 손찌검. 딸 베아트리체를 성폭행했다고 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렇다. 당시 로마 시민들은 이 사악한 백작이 미웠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알려진 것만큼 악랄한 사람은 아니었다나. 딸을 강간했다는 소문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아무려나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가족에게 미움받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1588년에 자기 가족의 손에 맞아 죽었으니까.

이듬해 초 교황청은 첸치 가족을 체포했다. 당시 로마 지역은 교황이 직접 다스렸다. 베아트리체와 가족들은 살인죄를 자백. 그런데 로마 민심은 오히려 이들을 동정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라 여겼나 보다. 베아트리체를 사면해달라는 여론이 뜨거웠다. 소용없었다. 교황 클레멘스 8세가 베아트리체 첸치의 처형을 강행한 날이 1599년 9월11일.

억울한 죽음이라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화가는 그의 초상화를 그리고 시인과 소설가도 그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겼다. 죽어서 전설이 되었다. 해마다 9월11일 전날 밤이면 베아트리체 첸치의 유령은 자기 잘린 목을 들고 로마에 나타난다고 한다.

김태권 만화가

한겨레

일러스트 오금택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