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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늑대의 부성애를 본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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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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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인간은 대체로 부성애보단 모성애가 더 강하고 헌신적이다. 자식 있는 부부가 이혼했을 때, 자녀 양육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맡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어릴수록 특히 그렇다. 1992년에 미국 인구조사국이 실시한 유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중 86퍼센트는 엄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얼까? 이는 후천적인 문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연유한다는, 즉 진화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하다.

남자와 여자는 최대한으로 가질 수 있는 자손의 수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여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자식을 기껏 20~30명밖에 가질 수 없지만 남자는 수백 명까지 가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황제들은 자식을 수십에서 수백 명까지 두었다. 이는 자식 한 명 한 명에 대한 가치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높음을 의미한다. 가령 나이가 마흔 살이고 아이를 다섯 둔 엄마가 아이를 신경 쓰지 못해 아이가 모두 죽게 되었다면 이 여자는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어렵다. 똑같은 상황을 남자에게 가정해 보자. 이 아버지는 후손을 남기지 못할까? 아니다. 엄마와 달리 아빠는 5명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자식을 둘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식 한 명, 한 명에 대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성의 불확실성이다. 친엄마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지만 친아빠임을 확신하기는 무척 어렵다. 지금이야 유전자 검사가 있지만, 몇 백만 년 전에는 나의 아내가 낳은 자식이 내 친자식임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런 확신성의 차이 때문에 자식에 대한 헌신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한편 사람은 개입 비용이 큰 것에 대해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일에 대해서는 노력에 비례하여 그 만큼 더 가치를 부여한다. 어렵게 구한 물건에 더 큰 애착을 보이고, 힘들게 얻은 이성이 더 사랑스러운 이유도 개입 비용이 큰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얻는 데 대한 개입 비용은 남자와 여자 간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속되게 표현해서 남자는 30분 정도만 잠자리를 가지면 자식이 생기지만, 여자의 경우는 10개월 이라는 긴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자식이 생긴다. 이 같은 개입 비용의 차이도 부성애보단 모성애를 더 강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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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 늑대에게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늑대는 철저히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지킨다. 수컷늑대는 자신의 암컷과 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인 동시에, 사냥을 하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음식을 양보한다. 새끼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몇 번에 걸쳐 따로 토해 놓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가족이 음식을 먹는 동안 자신은 주위를 살피며 경계를 하다 온 가족이 다 먹고 난 후에야 먹는다. 암컷이 죽으면 수컷은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보살핀 후, 암컷이 죽은 그 자리에 가서 굶어 죽는다. 한 소설에서는 수컷늑대를 잡는 방법이 나온다. 수컷늑대는 머리가 영리하고 전략적이기 때문에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때 암컷 늑대를 잡으면 수컷늑대를 잡을 수 있다. 수컷늑대는 자신의 위기상황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암컷늑대를 위하여 인간들에게 잡혀준다는 것이다. 늑대는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의 도리를 늑대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를 보고 함부로 늑대라 부르지 말자. 남자가 늑대만큼만 살아간다면 여자는 울 일이 없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늑대처럼 가족을 무한 책임지고 배려하며 돌보자. 남자들이여! 늑대의 헌신적 부성애를 본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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