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단독] 김태년 與정책위의장 "공정위·국세청 성과올리기식 무리한 조사 文정부선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를 위한 조사' '건수 올리기 조사'를 없애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두 권력기관의 과도한 실적주의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 재벌개혁 등의 '채찍' 외에도 중소기업과 상생에 적극적인 대기업에 대해선 '당근'을 제시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도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앞으로 공정위와 국세청의 조사를 위한 조사, 건수 올리기 조사는 단호히 막겠다"며 "조사팀이 현장에 나가 작은 건수라도 올려야 유능한 직원으로 평가받는 풍토는 문재인정부에서는 안 통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무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과다하게 과세하고 소송으로 몇조 원씩 돌려주는 세무조사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두 기관의 경쟁으로 인한 건수 올리기식 조사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새 정부 개혁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민주당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공정위가 장장 4년을 끌어왔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끝난 신한·KB국민 등 6개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건과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시 공정위 사무처가 명백한 증거라고 내놓은 것은 고작 메신저 하나뿐이었고,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부분도 명확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경영활동이 위축된 기업들에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공정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기업인들이 현 정부에 실망한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정권 차원에서 공정경제·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서 격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청취하고 즉각 피드백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런 방안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국세청은 집행부서이기 때문에 당정협의를 따로 하지는 않지만 당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8·2 부동산 대책, 법인세 인상, 초고소득층 증세 등 새 정부 중요 경제정책은 민주당 중심의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된 만큼 두 기관의 행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 정책위의장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갑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된 표적 조사를 멈추고 기업의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제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사례가 일어난다면 바로 시정하겠다"며 "두 기관의 권력을 견제하고 기업 기 살리기를 위한 대책에도 많은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들 두 기관은 정권 향배에 따라 정치적 목적의 조사를 벌여 비판을 받았다.

특히 국세청의 경우 정치 세무조사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1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 출마를 준비하자 당시 정권은 국세청을 통해 136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김영삼정부 시기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 그리고 이명박정부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도 대표적인 정치 조사로 거론된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과 맞물려 CJ E&M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모범 납세자였다가 정권이 바뀌자 세무조사를 받은 경우도 있다. 다음카카오는 2013년 모범 납세자 표창을 받아 3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았지만, 2014년과 2015년 두 해 연속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근혜정부가 '진보 성향'의 다음카카오를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국세청은 최근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정치 논란이 벌어진 세무조사는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역시 정권이 바뀌자 이전 정권의 핵심 사업에 대한 조사에 나선 사례가 빈번했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바로 이전 정권의 핵심 사업이던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에 담합 건으로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이번 정부 들어서도 이미 지난해 자진신고를 통해 허위자료 제출 혐의를 해소한 부영그룹에 대해 뒤늦게 이중근 회장과 관련된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회장을 고발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태준 기자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