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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美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 압박…중국 대응 따라 수면 위 부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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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안 밀어붙이기

美 NBC, 백악관ㆍ국방부 등 인용

“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못하면

한일 핵무장 추구…美 저지 못해”

실현 가능성 낮아 엄포성 경고 분석

중국 미온적이면 전술핵 부상 가능성

생산 중단했던 소형 핵무기

새로 개발 증강하는 방안도 검토

미국 정부가 그간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던 한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진의를 두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유엔의 새로운 초강력 대북제재안 통과를 이끌기 위한 중국 압박용 카드란 게 중론이지만, 중국의 대응에 따라 실제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정부가 그간 생산을 중단했던 전술핵무기도 새롭게 개발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책으로 현실화하면 주한미군에 배치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N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및 국방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 제재, SM-3 등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 등 공격적인 대북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백악관 관계자는 “서울이 요청하면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베이징이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추구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명백히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한일 핵무장은 전후 세계 핵질서를 규정해왔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허물고,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미국이 수십년간 고수해온 핵정책 전반을 뒤집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가 미국이 당초 예고한 대로 11일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초강력 대북 제재안 표결을 밀어붙이려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경고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구체적 계획이라기 보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이면 어떤 마찰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술핵무기 배치를 논의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실행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NBC도 미 관계자의 언급을 전하면서도 ‘대다수는 시행 가능성이 희박한 것(nonstarter)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일 핵무장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카드지만, 전술핵무기 배치의 경우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정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중국 압박에 나선 상황인 데다 국내에서도 대북 억제력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4일 국회에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달 30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도 국내 전술핵 재배치 여론을 언급했다. 양국간 물밑 교감이 형성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10일 오전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무기 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며 이와 관련 긍정적으로 답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행정명령으로 창설한 ‘핵정책 리뷰’ 팀이 현대식 소형 핵무기를 개발 증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9일 보도했다. 냉전시대 소형 핵탄두, 핵배낭 등 제한된 타깃에 사용하기 위해 생산된 전술핵무기는 이후 대거 축소되거나 폐기됐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새로운 핵무기 생산 자체가 금지됐다. 핵정책 리뷰팀은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 등 적대국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전술적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현대식으로 개발해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한반도 전술 핵무기 배치가 핵비확산 방침에 어긋나 미 국내에서도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 반발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 일본의 핵무장 여론 야기 등 논의 과정에서부터 상당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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