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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시인 최영미, 서울 한 호텔에 “룸 1년간 사용하게 해달라…홍보대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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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최영미 페이스북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의 주인공 최영미 씨가 10일 서울 한 호텔에 1년 동안 '룸 사용'을 요청했다고 밝혀 화제다.

이날 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라며 "지금 집도 동네도 맘에 들어, 욕실 천장 누수공사도 하고 이것저것 다 내 손으로 고치고 손봐서 이제 편안한데, 또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제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거 같다"며 "이사를 안 하는 방법이 없을까? 11월 만기일에 짐 빼고 아예 이 나라를 떠날까. 떠나서 지구 어디든 이 한몸 뉘일 곳 없으랴. 심란해 별별 생각 다 들었지만, 병원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신의 현상황을 설명했다.

최 씨는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며 "제 로망이 미국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 (도로시 파커가 살았던 뉴욕 호텔의 '도로시 파커 스위트'처럼) 호텔 카페에서 주말에 시 낭송도 하고 사람들이 꽤 모일 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다가, 오늘 드디어 아** 호텔에 아래와 같은 이메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씨는 자신이 호텔 측에 보낸 메일을 공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호텔의 아** 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고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아**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아만티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아**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셨을 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뒤이어 최 씨는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음 더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며 추가 요청 사항을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최 씨의 게시물 밑에 "벌써부터 홍보 시작이네요", "아주 괜찮은 방법이다", "어디서든 연락이 올 것 같다. 기왕이면 몇 년 더 하지", "평생 살 수 있는 답신이 오길 바란다", "기획력 최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최 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거쳐 홍익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로 등단한 그는 저서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도착하지 않은 삶' 등을 가지고 있다.

소설로는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등의 장편소설과 산문집 '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일기',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가 있으며 이 가운데 시집 '돼지들에게'로 2006년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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