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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와의 전쟁’ 벌여봐야 단속할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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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청파동의 한 여성 화장실에서 전자파탐지기로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이 몰래카메라 기기 일제 점검을 하는 ‘몰카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다. 몰카를 미리 단속할 근거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8일 중앙전파관리소와 협업해 전국의 몰카 제작업체 등 301개 대상 일제 단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곳이 적발됐다. 4곳이 형사입건 됐고 2곳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1곳은 현장 계도에 그쳤다.

문제는 단속 내용이다. 경찰이 몰카 업체를 점검할 수 있는 근거는 ‘전파법 제86조4'가 전부다. 이 법은 다른 기기 작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기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찰 인력을 투입해 기껏 일제 단속을 나가도 기기 적합성만 따지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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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는 표시인 KC마크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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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제 단속에서 형사입건이 된 4곳 모두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몰카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적발됐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2곳은 적합성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제품에 표시하지 않았고, 현장 계도 대상이 된 1곳은 상품 박스에 평가 여부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적합성 평가 여부는 제품이나 상자에 붙은 ‘KC마크’를 통해 확인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몰카를 규제하는 다른 규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기기가 범죄에 쓰일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기기를 규제할 별도 근거가 없다. 제조자나 판매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차원의 단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 현재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 등 12명이 지난달 발의한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몰카 제조·판매 등에 대한 허가제 도입, 몰카 이력정보시스템 구축, 구매자 인적사항 기록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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