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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시승기] 잘 교육받은 '도련님' 같은 SUV 르노삼성 QM6 가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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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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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가솔린 모델을 내놓았다. 디젤차량의 인기가 조금씩 식어가고 있지만 ‘SUV의 심장 = 디젤엔진’이라는 공식에서 조금은 비켜난 시도다. 배경을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지난 7일 진행된 QM6 시승행사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사람들이 SUV는 당연히 디젤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SUV가 예전처럼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이 타는 차는 아니다. 도심에서 주로 차를 타면서도 SUV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계적으로 SUV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SUV의 첫 시장은 오프로드였지만 유행을 타면서 SUV의 장점을 소비자들이 깨닫게 됐다. 좌석 높이가 높다 보니 시야가 넓다. 사고에도 안전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여성 운전자도 SUV 타는 트렌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시내에서만 타는데, 왜 소음과 진동이 심한 디젤엔진을 장착할까. 이런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가솔린 엔진에 대해 공부를 했다. 쓸데없는 마력, 지나친 토크에 끌려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자 대부분이 혼자 차를 타는데, 성인 5명이 타고 매일 산길 올라가는 게 아니면 200~300마력이 필요할까. 그걸 사기 위해 불필요한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닐까. 큰 엔진을 쓰면 기름값도 많이 든다. 르노삼성차는 도심 주행에 충분한 힘을 제공하면서도 적절한 솔류선을 제공하기 위한 교차점을 찾았다. 필요없는 마력수와 토크를 줄여보자는 것이 르노삼성의 결론이었이다. 그래서 가솔린 엔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고프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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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은 맞고 반쯤은 이견이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포르쉐 카이엔 같은 고출력 SUV가 날개 돋힌 듯 팔리기도 하니. 하지만 디젤엔진 차량이 뿜어내는 미세먼지가 시민 건강을 해친다고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도심형 SUV가 수백마력이 나오는 고출력 엔진을 장착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려스러웠다. 엔진 배기량이 2.4ℓ쯤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ℓ 가솔린엔진을 얹었다.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터보엔진이 아닌 자연흡기 방식의 가솔린엔진이다. 배기량이 크지 않고 터보차저도 없으니 출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는 20.4㎏·m다. 동급이라 볼 수 있는 현대자동차 싼타페나 기아차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2.0ℓ 가솔린엔진이지만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40마력, 36.0㎏·m가 나온다. 상당한 차이다. 이 같은 출력의 열세를 대체 어떤 장점을 부각시켜 극복할까.

장점만 있는 존재란 없다. 출력이 높은 엔진에도 단점이 있다. 연료를 많이 먹는다. 차값도 비싸진다. 르노삼성차의 노림수가 여기 있다. 경쟁사의 동급차량 가솔린 엔진보다 높은 연비, 디젤엔진보다 저렴한 가격을 ‘킬러 콘텐츠’로 내세운 것이다.

QM6 가솔린 모델은 공인연비가 ℓ당 11.2㎞(19인치 휠 기준)다.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하는 기아차 쏘렌토는 9.6㎞가 나온다. ℓ당 2㎞ 정도 많이 달릴 수 있다.

QM6 가솔린 모델 시작 가격은 2480만원이다. 자사 디젤 모델에 비해 3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경쟁사 가솔린 터보 모델과는 옵션 차이를 감안해도 대략 100만원가량 싸다. 소형SUV도 이것저것 편의사양을 갖추면 3000만원에 육박하는 모델이 있으니 가격 경쟁력이 상당한 셈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구매자들이라면 충분히 QM6 가솔린엔진을 선택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찜찜하다. 중형 SUV에 144마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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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그랜드하얏트 인천 구간 왕복 130㎞를 시승했다. 출력은 예상대로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한 만큼 부족하지 않았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무게가 디젤 모델보다 120㎏가량 가벼워졌다. 성인 여성 2명을 덜 태우고 주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경쟁차와 달리 초기 발진 가속 성능을 높여 덩치가 크지만 거동이 가볍다. 고속에서 속도가 빠르게 붙지는 않는다. 작은 배기량에서 오는 출력의 한계다. 중고속에서 급가속을 해도 세차게 튀어나가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속도가 붙는다.

무엇보다 정숙했다. 가솔린엔진의 장점이 잘 살린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는 엔진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고속 주행 중에도 윈도를 올리고 주행하면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을 때를 제외하고는 엔진음을 크게 느끼기 힘들다. 흡차음재를 대시보드와 플로어에 집중 배치해 외부 소음도 수준 이상으로 차단했다. 제법 빠른 속도에서도 운전자와 동승자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터널 속에서 윈도를 내리자 엄청난 소음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지만 윈도를 올리니 이내 사무실처럼 조용해졌다.

QM6는 르노의 유전자를 받은 차다. 서스펜션은 무르지 않고 탄탄하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멀티링크를 사용했다. 코너링 때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잘 버텨준다. 스티어링휠 감각도 꽤 세련되게 세팅했다. QM6는 칼럼 타입의 모터구동방식스티어링휠(MDPS)을 사용한다. 부품 단가가 비싼 랙타입은 아니지만 이질감이 거의 없다. 정지 때는 적당히 가볍고 고속 주행시에는 적절히 무거워진다.

무게 중심이 높은 SUV지만 코너링 성능도 만만찮다. 제법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도 롤링이 크지 않다.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다 급제동을 해도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고 재빠르게 속도를 줄여준다.

무엇보다 고속안정성이 뛰어나다. 스티어링휠을 쥔 두 손으로 주행 내내 미세한 조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타이어는 225/55 VR19 사이즈가 장착된다. 노면 마찰 소음이 좀 올라오는데, 소음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타이어 교체 때 좀더 고급 타이어로 바꾸면 될 것이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경원재 앰배서더로 돌아갈 때는 급가속, 급제동을 하지 않고 주변 차량의 흐름에 맞추는 운전을 했다. 연비는 ℓ당 12.4㎞가 나왔다.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한 시승차는 18㎞를 찍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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