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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한은, “주요국 임금 상승세 부진 당분간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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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경제가 되살아나도 임금 상승세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현상이 화두(話頭)가 된 가운데, 당분간 임금이 빠르게 오르기 어렵다는 진단을 한국은행이 내놨다

한은은 10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최근 주요국 임금상승세 부진 원인 및 평가’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상승하겠으나 노동생산성 저하 등 다른 구조적인 요인으로 임금 상승이 상당기간 제약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경제 회복의 최종 결과인 임금 상승과 고용 회복 가운데 임금 상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금이 상승하지 않으면 가계 소득 개선 폭이 그만큼 작아질 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경제 회복 규모와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밑돌게 된다.

한은은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임금도 덩달아 느리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속도로 노동생산성이 올랐다고 가정한 가상의 노동생산성을 도출하였는데, 2016년 4분기 현재 실제 노동생산성보다 미국은 11%, 유럽과 일본은 8.7% 가량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가 위축되고, 교역량이 감소한 탓이다. 그만큼 임금이 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해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명목임금이 내려가지 않은 것도 또 다른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한은은 봤다. 불황기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 그만큼 임금이 내려가야 하지만 실제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깎기란 어렵다. 이 때문에 불황기 명목임금 하락폭이 작은 ‘하방경직성’ 현상이 발생한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높아진 실업률을 감안하면 미국, 유럽, 일본에서 명목임금이 연 -1.0~-1.8% 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했어야 했지만 실제 임금 하락폭은 연 -0.5~-0.8%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임금이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현재 임금 상승폭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인구고령화 상황에서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증대도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한은은 꼽았다. 미국에서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면서 연 평균 0.13%포인트 정도 평균 임금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은은 추정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임금 인상 압력도 줄어드는 ‘임금-가격 순환’이 발생한 것도 원인이었다.

한은은 “구조적 요인으로 임금 상승이 상당기간 제약될 것”이라고 봤다.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상승세 확대는 가계 소득 및 소비 여건 개선을 통해 경기 회복을 강화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는데, 이러한 선순환 과정이 약화될 수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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