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평소 60% 머물며 재고 쌓여…친환경인증 반납 움직임
달걀[연합뉴스 자료사진] |
(안동=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평소엔 재고가 이틀 치 정도밖에 쌓이지 않는데 요즈음엔 열흘 치 넘게 쌓입니다. 이러다가 곧 망할 판입니다."
경북 경주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권영택(67)씨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씨는 "살충제 달걀 파문 이후에 소비자가 달걀을 적게 소비하면서 재고 물량이 늘었다"며 "달걀이 잘 팔리지 않으니 가격조차 내려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경북도에 따르면 살충제 파문이 일기 전인 지난달 14일 달걀값은 1개당 178원이었다.
그러다가 살충제 달걀 파문이 일어난 이후 달걀값은 뚝 떨어져 이달 4일 기준으로 124원에 불과하다.
권씨는 "생산원가가 110원 정도인데 달걀값이 100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며 "원가보다 아래라면 무조건 적자인데 그나마도 재고가 쌓여 걱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산란계 농장도 마찬가지다.
한 산란계 농장주는 "살충제가 나온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문제가 없는 데에도 언론에서 너무 많이 떠들다가 보니 소비가 잘 안 돼 재고가 쌓인다"고 말했다.
한국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살충제 달걀 파동 직후에 달걀 출하량은 이전의 10%로 줄었다.
그러다가 차츰 늘어 지금은 이전의 60% 정도로 늘었다.
그러나 언제 원래 상태로 회복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강종성 한국계란유통협회장은 "소비자가 먹거리에 워낙 민감해서 어떤 일이 터지면 소비량이 확 줄어든다"며 "계란유통협회 차원에서는 이 파동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산란계 농장 어려움을 고려해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정상 달걀이 많음에도 소비자 불신이 많은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관·단체가 나서서 소비촉진활동을 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의 중심에 선 친환경인증 산란계 농장은 정부에 친환경인증서를 단체로 반납할 움직임을 보인다.
일반 달걀은 27가지 농약잔류검사를 거쳐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출하할 수 있다.
반면 친환경인증 농가는 기준치와 상관없이 농약 성분 자체가 나와서는 안 된다.
살충제 달걀 파문 과정에서 일부 친환경인증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나와 소비자 불신을 샀다.
그러나 친환경인증 농장은 이런 문제와 별개로 닭을 키우기가 까다롭지만 달걀값은 일반 달걀과 똑같이 받는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인증을 받으면 정부가 최대 2천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인증 농가는 소비자 불신을 받으면서까지 인증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김천에서 친환경인증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이순기(55)씨는 "상인이 일반 달걀이나 친환경 달걀이나 같은 값을 주고 사가니 농가로서는 친환경인증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차라리 친환경인증이 없으면 농가도 편하고 소비자도 현혹되지 않으니 낫다"고 밝혔다.
이씨는 "친환경인증을 유지해서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닭 키우기만 어려울 바에는 인증을 안 받는 편이 낫다"며 "전국 친환경인증 농가가 모두 친환경인증 산란계 농장이 정부에 인증서를 반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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