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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케미포비아 왜?①]가습기살균제·살충제달걀 이어 유해생리대 또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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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화학물질 관리 부실 따른 문제 반복에도 개선은 미미

민간 문제제기→정부 늑장 대응 반복, "역학조사부터 제대로"

뉴스1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코너에서 직원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2017.9.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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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김민석 기자 = "릴리안 생리대를 쓴지 3년 정도 됐는데 작년에 무월경 증세로 병원 진료까지 받았습니다. 소송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게 정말 생리대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네요."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해 생리대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국 사회에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역학조사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에는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나서 생리불순이 심해졌다'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등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유해 생리대 논란의 핵심은 생리대에서 검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유해성 여부로 가습기살균제, 살충제 달걀처럼 화학물질 관리 체계 부실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믿고 쓸 제품이 없다…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 유해성 논란도 여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자주 먹는 식품 등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체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다.

정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8월말 기준 1.2단계(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피해 가능성 거의 확실 또는 가능성 높음) 피해자는 총 377명으로 사망 161명, 상해 216명이다.

민간의 집계는 더 많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0일 현재 접수된 숫자만 1239명에 달한다.

정부 추산 총 피해자는 5만명, 시민단체가 추산하는 피해자는 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정도가 광범위하다.

사태가 이렇게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배경에 있다.

폐질환의 핵심원인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의 원료로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소비자들은 폐손상에 따른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았다.

PHMG는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버퍼플라이이펙트(세퓨) 등이 사용한 살균제 원료다.

처음 제품이 출시된 게 2000년, 환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것은 2006년, 원인 확인과 수거 명령이 떨어진 것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이었다. 제품이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지 무려 1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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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은영씨를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2017.8.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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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정부는 아직 가습기 살균제 논란도 채 마무리짓지 못했다.

환경부가 독성물질로 지정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PHMG와 CMIT, MIT 등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 판매처 애경, 홈케어 등 10여개 기업은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5명이 있음에도 개별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2년 폐섬유화의 원인이 PHMG라고 발표하면서 CMIT와 MIT에 대해서는 유해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환경부는 두 물질을 유해물질로 지정했고 역학조사에서 사망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과 이를 판매한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등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간 문제제기→정부 늑장 대응관리 헛점, 매번 반복

이번 유해 생리대 논란은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달걀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간이 문제제를 제기하지만 정부가 늑장 대응하고 이후 사태가 확산된 뒤 정부 관리체계의 부실이 드러나는 식이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생리대도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소비자들이 등장, 공감 여론이 확산돼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의 유해성 여부를 조사한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피앤지(P&G)사의 '올웨이즈'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 미국 비영리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의 보고서를 접하고 강원대 생활환경연구실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10종에 대한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10개 제품 모두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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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소속 회원들이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7.9.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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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는 이를 해당업체와 식약처에 알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기업들과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후 5개월 후인 지난 8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을 사용하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번에 공개된 시험결과를 보면 깨끗한나라가 제조한 릴리안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부랴부랴 깨끗한나라, 유한킴벌리 등 제조사 5곳에 대해 긴급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유통 중인 모든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생리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식약처는 우선 이달까지 현재 국내 유통 중인 전 제품을 상대로 위해도가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을 중심으로 검출 여부와 검출량을 조사하기로 했다.

위해성 평가와 품질 기준을 포함한 종합적인 연구 결과는 애초 내년 10월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최대한 앞당겨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생리대 유통상의 문제도 발견됐다. 최근 중국에서 생산된 일부 제품이 국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들여오다가 적발된 사실이 보도되는 등 유통 관리감독 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저귀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가 생산하는 기저귀에 대한 안전을 묻는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케미포비아는 확산일로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되는 제품에 대한 유해성 여부 조사는 물론 피해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면밀하게 진행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생리대 제품에 대해서도 위해성 조사 이외에 광범위한 노출평가와 잘 설계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며 "제품을 사용한 수많은 여성들이 문제를 호소할 때엔느 원인이 분명 있을 텐데 위해평가에만 집중하면 원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생리대에는 이미 무포름알데히드, 무형광증백제, 무색소 등을 식약처 검사법으로 확인했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식약처가 그 확인방법을 개선해서 공개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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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기저귀 코너에서 시민들이 기저귀를 살펴보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그 여파가 영아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에까지 번지고 있다. 기저귀의 안전성 논란에 식품안전처는 지난달 말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생리대와 어른, 어린이 기저귀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성분함유 여부에 대해 조사, 이르면 9월말쯤 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2017.9.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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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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