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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신기술 출시 막는 분류체계·제품규정 대폭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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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 발표]

머니투데이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국내 법으로 차종 분류가 안돼 국내 출시가 1년 이상 늦춰졌다.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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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서울시와 르노삼성, BBQ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치킨 배달에 이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었다. 현행법에 '트위지'는 특정 차종으로 분류가 안된다면서 서울 송파구청에서 내준 임시운행증을 취소한 것. 자동차는 이륜차,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 5가지로 분류되는데, 트위지는 기존 승용차와 다르고, 그렇다고 오토바이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트위지는 규제개혁장관회의 논의를 거쳐 특례 규정을 만든 뒤에야 올해 6월에야 공식 출시될 수 있었다.

트위지는 규제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출시가 1년도 넘게 늦춰진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7일 발표한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에서 이처럼 신산업, 신기술 분야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기로 했다. 현행 법률 1373개 가운데 규제와 관련된 법률은 891 개에 달한다. 이 규제 법률이 모두 개혁 대상이다.

트위지의 경우에서처럼 우리 법령의 제품 분류체계는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장애가 된다. 이미 트위지 같은 초소형전기차가 보편화된 유럽연합(EU)은 다른 분류 체계를 갖고 있다. 모터사이클을 L1∼L6로, 여기에 속하지 않는 차량을 L7로 분류한다. '트위지'는 L7에 해당되기 때문에 별도로 제도를 고치지 않고도 출시가 가능하다.

아울러 국내 법령에는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규정하면서 제조방법이나 서비스 방법까지 한정한 경우가 많다. 전자화폐를 예로 들자면 전자금융거래법에는 △2개 이상의 광역지방자치단체에 500개 이상의 점포에서 사용돼야 하고 △5개 업종 이상에서 사용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기존 금융회사나 대기업이 아니라면 스타트업 수준의 조직과 자금력으로는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게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전자화폐의 개념만 포괄적으로 기술해 놨을 뿐 다른 조건을 달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율주행차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센서 하나를 넣으려 해도 법령에 센서의 측정 방법까지 규정해 놓고 있어 힘들다"며 "규제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도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해 규제 개선

정부는 기술 진보로 등장하는 융복합·공유경제 등 새로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개선도 지속 추진한다. 국내에서 불법인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도 허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에어비앤비에 올라오는 숙소는 숙박업 요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유경제 역시 규제 개혁 대상인 신산업에 해당한다"며 "다만 이해가 갈리는 이들이 있어 입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사업과 신기술 발전 양상을 예측해 규제 이슈를 사전에 발굴하고 정비하는 선제적 규제 개선 로드맵도 내놓기로 했다. 우선 연내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미래지향적인 규제 지도를 마련하고,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를 대상으로도 순차적으로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함께 정부는 소규모 프로젝트더라도 중견·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규제 개선 요구사항은 우선해 해결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규제 수준을 차등 적용하고 국민 생활과 불편을 초래하는 △보건·복지 △주거·건설 △도로·교통 △교육·보육 △문화·체육 등 5대 분야 규제를 중점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생명, 안전 등 국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제는 무조건적으로 완화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정부는 26개 부처, 690여 건에 달하는 행정 조사 실태를 전수 점검해 중복된 내용을 정비,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낼 예정이다.

길홍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그동안 사고가 한 번 터지면 정부에서는 면피성 규제를 하나하나 만들어 갔고, 공무원들에게 재량권도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특별법과 개별법안을 통해 관련 공무원들에게 재량권을 충분히 주면서 책임을 갖고 집행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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