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pick] 몰카 피해 호소글을 '자작극'으로 몰아…2차 피해 논란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커뮤니티에 몰카 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를 자작극으로 몰고 가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립대학교 온라인커뮤니티 '대나무숲'에는 "내가 몰카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됐다"는 익명의 제보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익명의 제보 글에 따르면 용의자는 같은 서울시립대학생이었으며, 피해자 자신의 집 화장실을 촬영한 동영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글쓴이는 "너무 무섭고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 나 혼자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보고 있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게 너무 소름 돋고 무서웠다"고 두려운 심정을 전했습니다.

또 "내가 그놈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건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것과 후문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면서 "그놈은 지금 동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속돼 있다. 피해자가 자그마치 몇십 명이나 되는데 그 영상 속 사람들이 누군지 몰라서 형사님도 '피해자들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몰카 피해를 호소하는 글쓴이의 제보는 글쓴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 사건을 '남성 혐오를 일으키기 위한 자작극'으로 몰고 간 겁니다.

서울시립대 익명 게시판 등에는 해당 글에 대한 진위를 지켜보자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시됐습니다.

한 누리꾼은 "동대문경찰서에 전화해 서울시립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 사건이 접수된 적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런 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사실관계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각 대학 대나무숲에 남성 혐오를 일으키고 여성이 약자임을 각인시키려는 허위제보 행위...전형적인 수법이다"라는 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 관리자는 긴급 공지를 통해 "사건 당사자와의 연락을 통해 실제 사건임을 확인했다"며 "진위 확인을 위해 경찰서로 전화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 사건임이 확인됐고 전화로 문의했던 학생들에게 답변했으니 더는 경찰서에 전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총학생회도 나서서 익명게시판 등에 '후문 몰래카메라 사건 확인결과 안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총학생회 차원의 조사를 실시했다"며 "동대문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이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진위 논란은 진화됐으나 피해자에게 자작극을 꾸몄다며 몰아간 것은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근거도 없이 자작극으로 몰아간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인 일이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행동은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에서 피해자의 피해 호소글 관련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동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오늘 "서울시립대 학생이 몰래카메라 범죄로 입건된 건 사실이다"라며 "유포까지는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지난 7월에 최초 신고가 접수돼 8월 24일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9월 1일자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구성 = 장현은 작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SBS 뉴미디어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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