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부터 사용 안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안 표현은 난제
(사진=자료사진) |
경찰이 성폭력 등 범죄의 심각성을 담지 못한 '몰래카메라(몰카)'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미 대중화된 관련 표현을 대체할 만한 적절한 용어를 찾지 못해, 일단은 법적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화상회의의 주제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이었다. 이른바 '몰카' 대신 굳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라는 복잡한 용어가 회의 내내 반복됐다. 그만큼 더 말이 길어지고, 가끔씩 발음이 꼬이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몰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몰카'에서는 관련 행위의 주요한 특징인 불법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이미 여성계에서는 '몰카'라는 가벼운 용어가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성착취나 성폭력의 개념을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범죄라는 인식도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 태생부터 부정적 의미는 없었던 '몰카'…대체 필요성 꾸준히 제기
실제로 '몰카'라는 표현은 태생부터 불법적 이미지보다는 장난스런 의미를 담고 있다. 1990년대 개그맨 이경규씨가 인기를 끈 동명의 TV 프로그램에서 유래해 대중화된 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단초가 비뚤어진 성의식 등 사회의식과 문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름짓기'부터 접근하는 경찰의 시도는 관련 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히 범죄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몰카'라는 장난스런 표현을 쓰면서 범죄라는 것을 인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부처에서부터 용어 사용에 민감해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철성 청장이 지난 28일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몰카'표현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대체할 표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남은 숙제다. 오죽하면 관계 부처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조차 공식석상에서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했겠냐는 말이 나온다. 한때 '도촬(도둑촬영)'이라는 표현도 검토됐지만 일본식이라 반려됐다.
경찰 내부에선 '카불촬(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불촬(불법촬영)'등 백가쟁명식 논의가 있었지만 적당한 것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법적 용어이기도 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를 쓰게 된 이유다. 불가피하게 표현을 줄여야 할 때는 반드시 '불법촬영' 등 범죄 의미를 담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름대로 대체할 단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릎을 칠 만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과 불법 촬용이 야기하는 해악이 더 공론화되면 마땅한 단어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경찰, 한 달간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 집중 단속
한편 경찰은 9월1일부터 한 달 동안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에 사용되는 불법 기기와 촬영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안경이나 볼펜을 이용하는 등 전파법상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불법 기기의 제조·판매·유통을 중앙전파관리소와 합동 단속한다. 또 '위장형 카메라' 설치가 용이한 지하철·공중화장실 등 대중 이용시설 내 카메라 설치 여부도 일제 점검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 등 직접 촬영은 범죄 다발 구역·시간대를 선정해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불법 촬영을 하다 검거한 피의자의 경우 주거지 내 컴퓨터·스마트폰 등 저장매체를 압수수색해 여죄와 유포 여부까지 규명할 방침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물이나 '보복성 포르노' 등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음란물 주요 공급망인 사이트 운영·광고업자, 웹하드·헤비업로더, 음란 인터넷방송 업자·BJ 등도 집중 단속한다.
방심위와 온라인 수사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촬영물의 신속한 심의·차단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와는 피해자에게 촬영물 삭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경찰은 시민들이 불법 촬영 및 영상 유포자를 신고·검거한 경우 보상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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