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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성손님 '몰카' 커피숍 알바생, 성범죄 처벌 안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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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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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커피숍에서 여성손님을 몰래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아르바이트생이 성범죄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상적인 옷차림을 한 타인의 신체를 찍은 것만으로는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31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커피숍 전 아르바이트생 A(36)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사진을 촬영하고 SNS에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부터 제주시 관광지 부근 커피숍에서 기간제 임시 근로를 하며 커피숍을 그만두기 전인 8월 중순쯤까지 20~30대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손님 위주로 사진을 찍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A씨는 여성의 사진과 함께 "가늘기만 한 허리는 동족생산의 관점에서 매우 비효율적이지만 나는 그 비효율에 너무나 강하게 끌린다" "섹시, 관능, 그리고 일하는 사람의 멋짐이 동시에 느껴졌다" "구도가 너무 외설적" 등의 글도 게재했다.

성적인 메시지가 담긴 사진과 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옷차림을 한 타인의 신체를 찍은 것만으로는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A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여성손님 사진을 찍은 배경에 성적 욕망은 없었고, SNS에는 일기를 쓰듯 감상한 내용을 적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삭제한 사진들을 복구한 뒤 성적 욕망이나 타인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이 있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또 A씨가 주로 촬영한 인물의 성별과 연령대, 옷차림(노출 정도) 등도 분석해 성폭력특별법 상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다.

경찰 측은 "촬영자의 의도와 국민적 감정, 성적인 관념의 변화 등도 참작해 법률적 검토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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