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뚫리는 얼굴인식 기능이 애플 아이폰8에 탑재되는 이유는?

애플이 9월 선보일 예정인 '아이폰8'에 3차원(3D) 얼굴인식으로 잠금 해제하는 기능을 도입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그동안 제기된 생체 인식 방식 보안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4월 선보인 '갤럭시S8'에 애플보다 먼저 얼굴인식 잠금 해제 기능을 도입했지만, 2차원(2D) 기반 기술의 한계상 고해상도 사진으로 잠금이 해제되는 등 보안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갤럭시 S8의 얼굴 인식 기능은 3D 카메라와 같은 별도의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전면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사진으로 갤럭시S8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얼굴인식 보안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출고 시 보안 수준을 낮춘 이유에 대해 잠금 해제 목적상 속도를 더 중요시했다고 설명했다.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원한다면 패턴이나 지문,홍채 등 다른 대안이 있으므로 얼굴 인식 기능은 편의성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얼굴인식 기술도 현재 다양한 알고리즘이 구현돼 있어 웬만해서는 사진으로 잘 뚫리지 않는다. 굴곡이 있는 실제 얼굴과 평평한 사진을 찍었을 때 반사광의 파장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거나,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움직임이 전혀 없으면 사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다양한 요소의 기술을 결합할수록 보안 수준은 높아지지만, 더 많은 시스템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적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애플은 아이폰8 전면 카메라에 3D 센싱 모듈을 결합해 얼굴인식용 사진을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기능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와 함께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키넥트 기술을 개발한 프라임센스, 이스라엘 얼굴인식 전문 스타트업 리얼페이스 등 관련 기업을 다수 인수했다. 애플은 이 기술을 얼굴인식뿐 아니라 증강현실(AR) 등에도 활용할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최적화에 유리하다. 반면, 안드로이드 진영은 상대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스펙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3D 센싱 모듈을 카메라와 결합하고 싶어도 특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이를 원활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식이다.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탑재되는 AP 공급사인 퀄컴은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듀얼 카메라를 넘어 트리플 카메라까지 지원하고 저전력으로 홍채인식이나 3D 얼굴인식을 구현할 수 있는 '스펙트라 모듈' 2세대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두 개 이상의 전면 카메라를 활용해 다양한 사진 및 비디오 효과와 보안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퀄컴 스펙트라 모듈 2세대 기술이 적용된 AP는 2018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최신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선보여온 만큼 차기 '갤럭시S9'에서는 3D 얼굴인식 기능을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품 업계는 애플에 이어 안드로이드 진영도 대거 3D 얼굴인식 기능을 도입하게 되면 현재 지문으로 대표되는 생체인식 트렌드가 얼굴인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아이폰8의 3D 얼굴인식이 잠금 해제뿐 아니라 결제 서비스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보안 수준을 구현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동주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D 센싱 시장 규모는 2017년 17억달러(1조9250억원)에서 2022년 90억달러(10조1900억원)로 연평균 40%씩 성장할 것이다"며 "특히 아이폰8의 3D 센싱 모듈 채택을 계기로 다른 스마트폰 업체도 본격적으로 3D 센싱 모듈 채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