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도시바, 돌고돌아 결국 WD와 손잡나…한미일 연합 ‘뒤통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우선협상 대상자인 한,미,일 연합 대신 웨스턴디지털(WD)과 매각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에 가담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헛물을 켤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기존 한,미,일 연합 구성원이었던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와 WD, 미국 투자펀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 구성된 인수 연합과 협상을 시작했다.

IT조선

도시바는 2018년 3월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기 위해 8월 중으로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도시바는 결국 매각을 반대하며 소송전도 불사한 WD와의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매각 논의가 한 발도 나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바가 WD와의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WD는 즉각 도시바메모리 실사를 진행하고, 도시바는 8월 중으로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얻어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WD 연합은 도시바메모리 인수가로 1조9000억엔(19조7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매각 조건으로 기존 한,미,일 연합에 요구한 종업원의 고용 유지를 내걸었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도 독점금지법 등의 문제만 없다면 빠른 매각이 가능한 후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도시바 채권단도 신속한 매각 추진을 압박해온 만큼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8월 말 일본을 방문해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을 비롯해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WD는 의결권이 없는 사채 등의 형태로 자금을 마련해 20% 미만의 의결권을 요구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WD는 합의안이 도출되면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매각 중지 소송을 철회할 전망이다.

만약 도시바와 WD가 인수가나 출자 비율 등의 세부 협상안에서 이견을 보일 경우 매각 교섭은 다시 오리무중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도시바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과 교섭을 제개하거나 증자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지연되면 채무초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