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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멜론 속에 웬 콩나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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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산물 매장에서 구입한 멜론

속씨가 발아해 콩나무처럼 길게 자라

"발아 억제 유전자의 돌연변이 탓"

멜론 자체의 번식에는 손해인 셈

가게에서 사 온 멜론을 잘랐더니 그 속에 '콩나물'이 잔뜩 들어있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서울 금천구의 한 친환경농산물매장을 운영하는 이종산(56)씨는 23일 "어제와 오늘 우리 가게에서 멜론을 사 갔던 소비자로부터 반품 요구가 들어왔다"며 "멜론 속에 든 씨앗이 싹이 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경북 경주의 농가에서 재배한 것으로 지난주 우리 가게에 들여온 멜론"이라며 "멜론이 쪼개졌거나 금이 간 것도 아니었는데, 그 속의 씨앗에서 자라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씨가 보내온 사진에는 일부 멜론은 콩나물처럼 싹이 길게 자란 것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는 "이들 멜론의 경우 발아 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흔한 일도 아니지만 아주 드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멜론이나 호박처럼 과육 내부에 씨앗이 열리는 식물 종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토양 등 적당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싹이 나도록 식물 유전자에는 일종의 '잠금장치'가 있는데, 그게 돌연변이로 인해 고장이 났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비타민C 함량이 높은 멜론은 수분이 많고 식감이 부드러워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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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돌연변이가 멜론 자체로 보면 손해라는 것이다.

싹이 나면 안 되는 상황에서 싹이 난다면 정작 필요한 때엔 싹을 틔울 수 없어 자손을 퍼뜨리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더욱이 먹어도 문제는 없겠지만 '콩나물'이 든 멜론을 소비자들이 선호할 까닭이 없고, 일부러 널리 재배할 농가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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