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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청와대 업무보고서 빠진 '중기부'…백지신탁 제도에 발목 잡힌 장관 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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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7월 26일 장관급 부처로 격상됐지만, 장관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백지신탁제도가 중기부 장관 인선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부터 정부 18개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하지만 수장이 없는 중기부는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업무보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후 장관이 임명되면 업무보고를 따로 진행할 계획이다.

IT조선

정윤모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을 빼면 중소기업정책실,벤처창업혁신실,소상공인정책실 등 세 곳 1급 자리가 공석이다. 장관이 없기 때문에 실장급 인사가 언제 이뤄질지 예상이 어렵다.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2017년 총 11조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중기부는 인사 공백에 따른 정책 추진의 한계가 크다. 중기부를 진두지휘하고 타 부처와 원만한 협의를 하려면 핵심 인사가 있어야 하는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차관급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고 있어서 장관급 부처와 업무 협의 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실장급 역시 대부분 공석이기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몇몇 인사의 장관 임명설이 나왔을 당시 업무보고를 여러 차례 준비한 적 있지만 모두 흐지부지 됐다"며 "조직의 수장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큰 만큼 인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에서는 2017년 배정된 예산이 많은 것은 환영하지만 청와대가 장관 인선에 지나치게 소홀한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대책 마련 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마련이 제 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중기부가 내부적 업무 수행은 가능해도 부처 차원의 굵직한 결정은 장관 공백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백지신탁 제도가 중기부 장관 인선의 걸림돌로 작용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장관 인선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백지신탁'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지신탁 제도는 공직자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보유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을 집행하지 못하게 막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 공개 대상인 공직자는 자신과 직계 존비속이 보유 중인 3000만원 초과 주식을 임명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청와대는 중기부 장관으로 현장 출신 기업인을 선호하지만 청와대가 접촉한 기업인의 장관 수락이 쉽지 않다. 만약 장관이 되면 자신의 보유한 주식 처분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힘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는 결국 배제됐고,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도 제안을 고사하며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 같다"며 "장관 인선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포기에 가까운 심정이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계는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천명한 만큼 오래전부터 상징성이 강한 초대 장관이 임명되길 바랐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5월 중소기업주간 기자간담회에서 "초대 중기부 장관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므로 능력 있고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22일부터 부처별 업무보고를 진행 중이어서 장관 인선 일정이 갈수록 늦춰질 전망이다.

IT조선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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