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기자수첩]통신비 절감 대책, 과기정통부의 일방통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16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갑자기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공동회동을 제안했다. 정부가 통신비 절감대책 중 하나인 선택약정할인율 인상(20%→25%)안을 이통사에 최종 통보하기 직전이었다.

이통사들이 할인율 인상 조치에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행정소송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업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통사 CEO의 휴가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사전 일정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동을 추진한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일방통행’ 소통 논란만 키웠다.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사실 통신비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정이 주로 그랬다. 의견을 듣거나 상의하기보단 일방적인 발표와 통보만 있었을 뿐이다. 단적인 예로 정부는 지난 3년간 할인율을 12%에서 20%, 25%로 두차례나 인상할 당시 산정 기준인 기본적인 수치 데이터를 공개한 적이 없다.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내라면서도 왜 할인율을 인상해야 하는 지, 기준이 되는 근거는 뭔지 조차 제시하지 않았던 것.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장에 미치는 영향, 파급 효과 등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뤄졌는지조차 의문이다. 이번에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파급효과로 1900만명이 이용했을 경우 1조원 가량의 요금할인 효과가 있다는 추정했던 게 다다. 이통사의 대응에 따라 시장 구조의 변화 가능성이나 유통망 등 관련 업계, 종사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 장관은 취임 후 이통사 CEO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춰주자는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금 담합 조사를, 방송통신위원회는 약정할인 고지 의무에 대한 현장 조사를 각각 진행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해명이지만, 이통 업계가 받아들일 압박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뜻 유 장관이 원했던 건 소통한다는 모양새 만들기 아녔을까 싶을 정도다.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이통사의 답이 행정소송 검토인 점도 일각 이해가 간다.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정책이라도 이를 도입하는 구체적인 근거와 예상되는 파급 효과나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설명이 없다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