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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대선자금 대해부]정부는 2000만원부터 입찰하는데...정당은 대선 선거비용 중 수의계약 17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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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문자 28원, 홍준표 문자 24원, 안철수 문자 26원’.

19대 대선에서 후보들은 대량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75만통에 3억8500만원을 썼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3669만통에 8억8500만원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796만통을 보내는데 17억7900만원이 들었다.

대선 때 국민이 받은 문자메시지 한 통은 전부 돈이다. 발송업체를 통해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후보마다 모두 금액이 달랐다. 문 후보는 타임리서치와 세종텔레콤, 홍 후보는 엘지유플러스와 KT, 안 후보는 에프씨넷플러스, CNA커뮤니케이션에 발송을 대행했다. 발송비용은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 운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선거공영제에 따른 것이다.

중앙일보는 대선 100일(8월16일)을 맞아 정당별 회계 보고서를 공인회계사 4명과 공동으로 분석하고, 선관위를 방문해 지출 증빙용 계약서ㆍ견적서 등을 직접 열람했다.

문제는 대선 기간 각 후보 측이 선거운동을 의뢰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억 원이 들어가는 계약도 경쟁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하는 수의계약 형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0만원이 넘으면 국가계약법상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를 통해 최저가 입찰을 하고 있다. 국민 세금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당들은 달랐다.

민주당의 경우 24개업체에 27억 원, 한국당은 21개 업체와 113억 원을, 국민의당 역시 24개업체에 31억 원을 수의계약했다.

대선 선거비용은 문 후보 483억원, 홍 후보 341억원, 안 후보 431억원 등 1245억 원이다. 이중 3후보 및 소속 정당이 수의계약을 한 금액은 69개 업체에 모두 171억원에 이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홍보대행사와 공보물 인쇄업체, 유세차량 등 3개 업종은 입찰을 했다. 반면 한국당은 유세차량만 입찰해 수의계약 규모가 더 컸다. 손재호 회계사는 “수십억 원의 돈이 입찰 과정 없이 수의계약으로 집행될 경우 특수관계자에게 돈이 넘어가더라도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을 포함해 선거비용을 지출한 후의 회계처리도 문제였다. 회계사들은 정당의 선거비용 정산 내역이 ‘분식회계 장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선에 사용한 지출 내역은 정당이 각기 사용 항목조차 통일하지 않은 상태로 나열했고, 지출한 수백억 원의 선거비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수입 내역조차 표기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총희 회계사는 “수입과 지출 구분도, 전체 일괄표도, 세부 계정(내역) 구분도 안 돼 있어 현황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자면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회계 보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회계사는 “공개된 회계 보고로는 아무 것도 검토할 수 없다. 이 양식으로 1200억 원을 보전한다면 그야말로 국민 혈세 낭비”라고 했다.

박성훈·채윤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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