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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슈퍼컴퓨터 도입했지만 떨어진 강수예보 적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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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기상청 등 8개 기관 감사 결과 발표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금보령 기자] "올해 7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이 지난 6월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의 내용이다. 지난 6월은 극심한 가뭄으로 '마른장마'를 걱정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기상청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서울·경기·강원·충북 등 중부지방의 7월 강수량은 전망과 달리 평년보다 더 많았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강수량이 621㎜로 평년값인 394.7㎜를 훌쩍 뛰어넘었다.

기상청은 지난해에도 폭염 종료 시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며 오보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8일에는 폭염이 광복절 이후 꺾인다고 전망했으나, 서울의 경우 23일까지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기며 폭염이 지속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상청은 하루 이틀 만에 예보를 바꿨다. 지난해 8월18일에는 20일부터 폭염이 누그러진다고 했다가, 19일에는 또 24일에 폭염이 끝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상청의 폭염 예보 번복은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기상청의 오보는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보다 천리안위성 등 관련 장비를 갖추고도 관측된 데이터를 활용해 기상을 전망할 기술개발을 제 때 하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 위성 발사하고 자료는 활용 안 해 = 기상청은 2014년 11월 569억 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하는 등 최근 5년간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 개선에 총 1192억원을 투입했지만, 감사원은 기상청이 이들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기상청장에게 위성관측자료 활용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천리안위성 2호 관측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그 동안 기상청이 자랑하던 92%의 기상예보 정확도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확도가 차이나는 이유도 드러났다. 정확도 산정에서 '강수예보 안 하고 비도 안 온 경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정확도가 높은 것이다. 일기예보가 가장 관심이 많은 강수 유무의 적중률의 경우 2012년 47.7%에서 지난해 45.2%로 2.5%포인트 하락, 영국보다 무려 7%포인트 낮았다.

◆"유관기관 지진관측소 활용, 153억원 절감 가능" = 기상청은 또 2015년 1월 지진조기경보 제도를 도입하면서 발령조건을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를 탐지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설정했다. 반면 일본 등 외국에서는 최소 2∼6개의 관측소 정보를 사용하는 등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다른 조건 없이 '8개 관측소 탐지'만 경보발령 조건으로 설정해도 오보율에는 큰 차이 없이 소요시간을 12∼17초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상청장에게 ▲지진조기경보 발령조건 재설정 ▲휴전선 인근 북한지역이나 대마도 인근 해역도 지진조기경보 발령이 가능하도록 재설정 ▲지진규모와 관계없이 지진해일특보를 발표할 수 있도록 발표기준 재설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종합계획 마련 당시 직접 운영하는 110개 지진관측소 이외에 유관기관이 92개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유관기관 관측소는 40곳만 계획에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 등 7개 유관기관은 작년 말 기준으로 290개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신설계획까지 포함하면 유관기관의 관측망이 399개로 늘어난다.

감사원은 유관기관의 지진관측소를 모두 관측망에 활용하면 신설 수요가 190개(108개+82개)에서 105개로 줄고 설치비도 153억원 절감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계획을 재조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예산을 낭비하는 셈이다. 감사원 제시대로 하면 관측소 간 평균 거리가 17.8㎞에서 12.4㎞로 줄어들어 관측 소요시간이 5.0초에서 3.4초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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