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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회창, 회고록서 “박 전 대통령,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 의지는 강했으나 ‘좋은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 의지는 약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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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내가 정계입문시켜…대통령될 줄 몰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총재가 22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인 <이회창 회고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 의지는 강했으나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 의지는 약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정치인의 길’이라는 제목이 붙은 회고록의 두번째 책 가운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글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향신문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1997년 대선 전에 나에게 찾아와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그를 받아들였다.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할 수 있다”며 “내가 한나라당 총재로 있던 시절, 그는 다른 의원들과 어울리거나 섞이지 않고 홀로 움직이면서도 당시 언론이나 일반 여론의 관심을 끄는 당내 민주화나 당내 개혁같은 주제를 선점해 강경론을 펴면서 자신의 당내 입지와 존재감을 키우는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가 대통령이 된 후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실망을 하게 되었고 기대도 접었다”며 “특히 그가 집권당의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에 대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면서 공개적으로 매도하고 결국 그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탄핵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선 “국민과 국가를 위해 그가 취할 수 있는 정의로운 행동은 더 이상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하되, 그 하야 시기를 분명하게 못박고 국민 앞에 나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 집회에 대해선 “나는 광장의 촛불집회는 초기에 참가자들의 순수하고 긍정적인 정치 참여 행위로 시작되었다고 보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촛불집회가 몇 차례 계속되면서 걱정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면서 “특히 야당 의원들이 참여하면서 여당과 보수세력을 매도하고 타도하자는 구호가 등장하고 이에 대항하는 친박단체와 보수집단이 반대시위와 집회로 맞불을 놓으면서 광장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대결장으로 변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라고 밝혔다.

그는 “당초의 순수하고 긍정적인 동기가 사라진다면 광장은 투쟁과 토멸의 마당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제 여야 보수·진보 할 것 없이 탄핵의 정신적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했던 소위 ‘보수 삭제 논쟁’을 언급하며 “보수라는 단어가 수구 이미지를 떠올린다하여 이를 삭제하는 거라면 문제를 비껴가는 비겁한 자세다.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되 보수주의의 가치에 대해 왜 당당하게 설득하지 못하는가”라며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의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 상황을 두고 ”북한의 턱 밑에서 핵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야하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재앙의 시대를 맞게 됐다”며 “왜 이지경이 되었는가? 이것은 모두 김정일의 계산된 사기극 때문이다. 그는 핵개발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위장해 두차례의 남북 간 정상회담을 열고 6자회담에도 참여하는 등 사기극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들은 여기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되었다”며 “정치 9단인 김대중 대통령이 이런 김정일의 속셈을 몰랐던 것일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기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었고 ‘햇볕정책’은 이런 잘못된 기본 인식에서 나온 어설픈 대북 수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지선·유정인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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