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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문 대통령 '직접 민주주의' 꺼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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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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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민주주의’론이 21일 정치권에 파장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대회 ‘대한민국, 대한국민’에서 “우리 정치가 이렇게 낙후됐다, 국민은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수립됐다는 기본인식,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투영된 발언으로 보이지만, 야권에선 “대의제 민주주의 무시” “광장정치·여론조사정치” 등 반발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정부 출범 100일을 갓 지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은 왜 ‘직접 민주주의’를 왜 들고 나왔을까.

■왜…촛불정부·여소야대·높은 인기

문 대통령은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직접 민주주의’의 구체적 예시를 들어 보였다. “촛불집회처럼 정치가 잘못할 때 직접 촛불을 들어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고, 댓글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고, 정당의 권리당원으로 참여하고, 정부에 정책도 직접 제안하고 반영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발언은 현 정권의 정체성을 ‘촛불혁명으로 수립된 정부’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대통령 취임 100일 행사로 기자회견을 열고 나서도 별도로 ‘국민’을 상대로 한 보고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에는 이 같은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공약집에서 밝힌 ‘4대 비전’ 가운데 첫 번째도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이었다.

‘여소야대’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문 대통령의 ‘간접 민주주의 불만족’ 발언에 작용한 것 같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분출한 수많은 개혁 요구를 과제로 떠안았지만, 여권은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0일 동안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 예산안 통과 등을 위해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 협조를 구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만큼 야당을 압박하는 데 여론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대통령이 직접 ‘직접 민주주의’를 호소한 데에는 여론을 등에 업어 ‘의회 내 소수’인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80%를 넘나들고 있는만큼 이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본격 활동하기 전부터 ‘편가르기’와 ‘계파 중심’, ‘주고받기식’으로 꾸려지는 ‘여의도 정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점도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조사에 맡기는 등 결과적으로 의회를 우회한 것을 두고도, 불신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직접 민주제 확대는 당위…자칫 부메랑 될라

일단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함께 나온다. 우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보장하는 차원에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는 확대돼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도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오는 배경이다. 국민의 직접 참여에 물리적 제약이 있었던 과거와는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반면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여당이 야당을 고립시키는 전략과 수단으로서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일 수 있다. 직접 민주주의 방침은 국회에서 여당 입지를 좁히고, 국회에서 개혁입법 통과를 어렵게할 수도 있다. 게다가 5년 내내 지금과 같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는 없는만큼 의회를 계속 압박할 수도 없다.

야당들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과 정당정치의 기본을 흔드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촛불의 일렁거림에 취해 포퓰리즘을 등에 업고 의회는 뒤로한 채 입맛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불신하는 자세로 어떻게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고,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촛불민심이 문재인 정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밝혔다.

<정환보·유정인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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