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정발위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친문(친문재인)' 인사와 시도당위원장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7일 당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추 대표는 '친문'의 지지 덕분에 당대표에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1년여 만에 친문계와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벌이게 됐다.
추 대표 측은 정발위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지역 시도당 공천권 문제 등을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추 대표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당발전위원에 대해 불필요한 억측과 왜곡이 있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회수하려고 한다든지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한다든지 소설같은 허구와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며 "(정발위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주권실천 정신에 맞춰 정당도 국민이 바라는 정당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백만당원이 들어와 정당이 그 준비를 시급히해야하는데 '이긴 정당이 왜 혁신이 필요하냐'고 해야겠느냐"며 "여의도 정치도 명망가 정치, 계파정치에서 탈피해야 국정을 다루는 헌법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친문 의원들과 시도당위원장들은 지방선거 문제는 현재 당헌·당규대로 치러야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최근 추 대표 행보에 우려를 보이는 가운데 21일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박범계 최고위원이 "이번 주 내로 봉합을 위한 최고위 논의를 하자"고 추 대표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발위에 내정된 의원 중에서도 '기존 공천룰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발위가 구성되더라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문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2015년 만든 혁신안 중 ▲지방선거 1년 전까지 공천 규정·절차 마무리 ▲시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중앙당 개입 배제 등을 추 대표가 수정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민주당 시도당위원장들은 지난 18일 회동을 갖고 지방선거 1년 전에 공천 규정을 확정하도록 한 당헌에 따라 선거 절차를 밟아야한다는 의견을 추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중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혁신을 하더라도 무엇을 할지,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서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결국 공천권에 대한 의혹과 '자기 사람 심기' 논란도 이로 인해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재선 의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말 사이에 분위기가 변했다. 지지자들도 추 대표의 행동이 대통령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걸 슬슬 알아가고 있다"며 "정발위를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방선거 공천룰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추 대표가 민주당의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 역시 친문 의원들이 추 대표 행보에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다.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문 성향의 한 최고위원이 추 대표가 지방선거에 확실하게 지방선거에 나오지 않는다고 거취를 표명해야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추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이 25일과 26일 이틀간 정기국회 워크숍을 진행하는만큼 이 자리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봉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결국 건전한 당·청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 아니겠느냐"며 "상황에 따라 중진들이 나설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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