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당발전위원회 구성을 두고 추미애 당대표와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의 충돌 양상이 격해지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관련 당내 경선룰 개정 권한을 가진 정발위 신설로 인해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추 대표와 친문계로 알려진 전해철, 황희 의원 등은 주말 동안 SNS에서 설전을 이어가자 당 안팎에서는 정권 초반부터 벌어지는 당내 투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발위 신설안이 무산된 이후 당내 균열이 격화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후보에 대한 당내 경선룰 개정이 발단이 됐다.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장 시절 만든 현행 민주당 공천 규칙에 따르면 지방선거 공천은 시ㆍ도당의 후보 추천권이 강화돼 중앙당이 개입하지 못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처음 적용되는 이 제도에 대해 추 대표는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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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지난 18일 의총에서 이같은 사안이 도마에 오르자 추 대표와 친문계 의원들 사이 격한 설전이 벌어졌다. 추 대표가 정발위 신설 목적이 지방선거 공천권에 국한되지 않고 정당 혁신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지역위원장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갈등은 주말 동안 SNS를 통해 입장을 드러내는 장외 설전으로 이어졌다.
포문은 추 대표가 먼저 열었다. 추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발위에 대해 불필요한 억측과 왜곡이 있다”며 “중앙당이 공천권을 회수하려고 한다든지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한다든지 소설 같은 허구와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문 정부의 국민주권실천 정신에 맞춰 정당도 국민이 바라는 정당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추 대표의 글이 게재된 약 3시간 후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당 혁신과 개혁은 당헌당규를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혁신위에서 어렵게 마련해 이미 당헌당규에 반영시킨 혁신안조차 실천하지 않으면서 당원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와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연이어 황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혁신위에서 고심 끝에 결론 내린 2가지 결정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며 “국회의원과 시도지사의 중앙당이 가지고 있는 전략공천권한은 여전히 유효하고, 경선 1년 전에 경선룰을 발표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추 대표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다시 추 대표는 “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고, 문재인 당대표 시절 추진하려던 정당혁신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추미애 vs 친문 전면전과 같은 갈등 조장형 언어는 제발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당내에서는 추 대표와 친문계의원들이 정발위의 역할을 두고 소통에 오해가 있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편으론 추 대표의 ‘독단적 리더십’으로 인해 결국 터질게 터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아마 추 대표와 의원들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정발위의 기능에 대해 크게 이의가 없지만 공천권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 소통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가 대선 당시 선대위 구성 문제 등을 놓고 빚은 갈등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지 (의원들과)대화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한 초선의원은 “의총에서 (정발위 관련)당대표의 설명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며 “다만 공천룰을 미리 확정하는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 대표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면 솔직히 주변 의견을 잘 듣는 스타일은 아니라 걱정이 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초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정권 초반부터 집권 여당 내 주도권 싸움으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각 세력이 본격 힘싸움에 들어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갈등이 결국 기득권과 당권의 싸움 아니겠냐”며 “누구에게 유리하든 간에 중요한 건 어떤 공천 방식이 공정한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 여부를 떠나서 주요 인사들이 당내 문제에 대해 모여서 토론하지 않고, SNS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싸우는 건 문제가 있다”며 “외부에서 볼 때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면 결국 공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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