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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승무원 출신’ 김중현 ‘수호전’ 작가 “웹툰은 내 삶의 가장 좋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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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카에서 연재 중인 '수호전' 김중현 작가 인터뷰

中고전 '수호전' 재해석해 새로운 세계관 창조 '눈길'

두바이 항공사 승무원 직업 병행 "둘다 매력 있어 포기 못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코미카에서 연재 중인 웹툰 ‘수호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명의 중국 고전을 재해석한 판타지 작품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수호전에서 따왔지만은 전반적인 세계관은 작가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됐다. 수호전의 주인공들인 양산박 호걸들을 동물 등 여러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재해석하면서 작품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보면 볼수록 오묘한 세계관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수호전을 그린 김중현(필명 maru110) 작가를 만나 작품의 탄생 배경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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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수호전’을 배경으로 완전히 재해석한 작품 구상이 특색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 구상 배경은 무엇인지요.

김중현(이하 김):스토리를 처음 구상했을 때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흔적이 작중 양산박의 적인 제국군에 그대로 남아있지요. 여왕이라든지 트럼프 카드의 왕자들이라든지요. 그런데 구상 당시에 두바이에서 살고있던 터라 동양 문화에 대한 향수가 너무 강했어요. 그래서 수호전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수호전의 등장 인물들이 캐릭터성이 넘치는데다 삼국지, 서유기만큼 많이 재생산된 콘텐츠가 아니고 무엇보다 중국 고전 특유의 호쾌함이라는 게 있거든요. 향후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도 그려보고 싶습니다.

◇캐릭터들이 다들 개성이 넘칩니다. 수호전의 대표 인물인 송강이 부엉이로 나온다든지 말이죠. 캐릭터 구상은 어떻게 하셨는지.

김:캐릭터들은 대부분 현실에 있는 사물, 동물, 사람을 모델로 했습니다. 제가 패러디나 리메이크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는 타입이라서요. 송강은 부엉이, 오용은 이세돌, 사진은 사이버가수 아담, 장청은 데프콘 등 대략 이런 식인데요. 그냥 ‘이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도 있고 수호전 원전의 캐릭터를 반영한 것도 있습니다. 예컨대 몰차란 목홍은 원전에서도 매우 부유하고 양산박의 자금을 대는 인물이라 제 작품에서도 중동왕자로 등장하지요. 상대적으로 적인 제국군의 캐릭터들은 중요한 몇몇을 빼고는 개성이 강하지 않게 만듭니다. 양쪽 다 캐릭터성이 넘쳐나면 안그래도 등장 인물이 많은데 더 산만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양산박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영웅들이 아닙니다. 심지어 악당들에 가깝게 비춰지는데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우선 원전 수호전의 인물들이 결코 정의로운 영웅들이 아닙니다. 불의를 못 참기도 하지만 자기 분을 못 이겨 살인을 하기도 하는 인물들이지요. 그것이 반영된 것이고요. 원래 정의로우면서 사심없이 정의만을 위해 악과 싸우는 영웅은 지금의 트렌드는 아닌 것 같아요. 악이 악을 응징하는 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권선징악의 그것보다 더 매력있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렇게만 전개되면 정의는 아무 힘이 없는 것으로 스토리가 나갈 수도 있어서 양산박의 심경 변화라든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등의 장치를 구상해 뒀습니다. 이야기를 진행을 통한 캐릭터의 변화를 살펴보시는 것도 좋은 감상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요.

◇‘수호전’의 세계관을 완전히 새로 창조된 것이 놀랍습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모티브를 어떻게 얻었는지요.

김:제가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은 조각이 아니라 소조입니다. 큰 설정에서 세세한 설정이 뻗어나오는게 아니라 그때그때 떠오르는 시퀀스나 아이디어, 혹은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설정들을 붙여나가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원래 아이디어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배경으로 했다면 극락과 지옥의 암투, 42년마다의 윤회같은 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설정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요. 수호전을 그리기로 했기 때문에 붙인 설정입니다. 이런 식으로 세계관이 만들어지고요, 근본적인 모티브는 어릴 때 본 만화들, 그 중에서도 ‘성투사 세인트 세이야’라는 작품입니다. 이런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데에서 모든 아이디어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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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 역시 기존의 다른 웹툰들과 달리 출판만화 방식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는지요.

김:수호전은 초능력으로 공격하고 방어하며 대결을 벌인다는 면에서 전형적인 소년만화, ‘드래곤볼’류의 배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만화 방식의 작화가 이와 같은 장르를 가장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적 만화책을 보면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그 맛을 꼭 살려보고 싶기도 했고요. 댓글을 보면 제 의도를 알아주시는 독자 분도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작가님이 ‘수호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김:작품의 카피가 ‘모든 영웅이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인데요. 지구를 지옥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나타난 악마들, 그리고 그 지구를 지옥으로 넘기지 않기 위해 고용된 또 다른 악마들 사이의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는 지구를 배경으로 제국군과 양산박 사이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극락의 옥황상제와 지옥의 염라대왕 간의 암투가 존재하는 다층적인 스토리입니다. 이 두 가지가 수호전의 독자층을 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지향으로 만들고 있다 보는데요. 소년만화 특유의 열혈 액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면서도 앞으로는 의외의 슬픈 전개도 펼쳐질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고 극중의 배경이 지구, 극락, 지옥에 이르는 방대한 세계관이라 가볍게 웹툰을 즐기시는 독자들보다 만화를 깊게 파고드는 독자분들께 더 어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서인지 게임화까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향후 게임화될 수호전에 대해 살짝 귀띔해 주신다면. 또한 어떻게 게임화까지 진행됐는지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김:게임화를 위해 PD님들이 많이 노력해주셨습니다. 알려진 대로 코미카는 웹툰 작품의 IP 매니지먼트를 통해 2차 사업에 적극적인 플랫폼입니다. 파노라마라는 모회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게임사들에게 수호전을 소개해주셨고 그 중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게임 개발 니즈가 있던 아이플레이엔터테인먼트와 연결됐습니다. 새로운 배경의 수호전이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다양하다는 점이 게임화로 이어지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양산박 캐릭터들이 계속 새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구상된 양산박의 형제들만 30명 가까이 되고 앞으로 등장할 캐릭터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100명은 될 것입니다. 이들이 각각 특수한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 게임사에서도 활용할 소스가 많겠죠? 현재 이런 특성을 잘 살려 모바일 액션 RPG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아이플레이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웹툰 ‘언데드킹’을 게임화 시킨 적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어떻게 게임이 나올 지 기대되네요. 게임은 내년 초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작가님 이력이 무엇보다 특이합니다. 현재 승무원으로 근무 중인데 웹툰 작가와 함께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승무원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김:두바이 항공사에 재직 시 동료들과 흔히들 말하는 인생 이모작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승무원 일을 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전 사업을 할 성향도 아니고 재주도 없어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림에 약간 재주가 있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반에 한 명쯤 있는 만화 잘 그리는 친구가 저였거든요. 그래서 일본으로 가서 타블렛을 사와서 무작정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작가 데뷔는 먼 일이라 생각하고 우선 피드백을 받아보고자 네이버 도전만화에 수호전을 연재했는데, 3회 연재만에 몇몇 플랫폼으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았고 고민없이 코미카를 선택했습니다. 제 담당이신 이설희PD님의 열정과 성의에 감동했고 코미카 플랫폼의 전망과 비전이 너무 좋았거든요. 지금도 살아오며 제가 한 선택 중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가와 승무원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둘 다 너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 같아요. 작가는 사람을 아예 안 만날 수도 있는 직업이지만 승무원은 사람을 만나서 소통하는 직업이잖아요?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움직여야 하는 직업이지만 작가는 창조하고 가공하는 직업입니다. 이렇게 다른 두 직업의 성향이 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둘 다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할 얘기가 있다면.

김:아직 많이 부족한 작품인데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호전은 한 줄로 스토리를 요약할 수 있는 단순 명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명쾌하게 독자님들께 전달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즐기고 나서 포만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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