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피셔 연준 부의장 "금융규제 철폐, 극히 위험하고 근시안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부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움직임을 “극도의 근시안적(extremely short-sighted)” 정책이라면서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피셔 부위장은 16일(현지시간)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을 뿐인 지금 다시 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우려할만한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정말로, 극도로 위험하고 극도로 근시안적(really, extremely dangerous and extremely short-sighted)”이라고 경고했다.

피셔 부의장은 “정치가 매우 다이내믹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다 큰 지성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온 모든 것을 몽땅 없애라고 하는 결론을 내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중소규모의 은행들에 대한 규제 완화에는 찬성하지만 대형 금융기관들에 대한 규제 부담을 줄이려는 워싱턴 정가의 압력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아직도 이른바 ‘그림자 은행 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끔찍한 실수(terrible mistake)’라고 말했다.

‘그림자 은행’이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과 같이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이들은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한다.

피셔 부의장은 또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세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국제기구를 겨냥한 공화당 일각의 비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FSB 등 국제기구들이 미국에 부담스런 규제를 부고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는 “나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우리를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30년 대공황 이후 그와 유사한 규모의 또 다른 금융위기가 일어나기까지 거의 80년이 걸렸다. 이제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위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이는 정말로, 극도로 위험한 것이다. 지극히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 4월 4일 백악관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는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이발(a very major haircut)을 하려 한다. 우리는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또한 강력한 규범을 원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규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도드-프랭크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제정됐다. 2010년 7월 발효된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 영역 분리, 대형 은행의 자본 확충 의무화, 파생 금융상품의 거래 투명성 제고,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이 자사의 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볼커룰(Volcker rule)'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막강한 금융기관 감독 권한을 지닌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도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도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백악관 입성 이후 도드-프랭크법을 무력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공화당 역시 "도드-프랭크법이 은행 대출을 어렵게 만들고 투자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에 해를 끼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조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하원은 '도드-프랭크법'을 사실상 무장해제하는 내용의 '금융선택법안(Financial Choice Act)'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통과한 '금융선택법'은 은행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면 '볼커룰'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CFPB의 감독 권한도 대폭 축소시켰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도드-프랭크 법이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일부 자본과 유동성의 요구조건을 느슨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무부도 지난 6월 내놓은 147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의 빈도와 난이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경제 상황의 급변을 가정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한 뒤 금융기관들이 이에 따른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건전성 평가 과정이다.

하지만 이 법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체 100석 중 60석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상원의 공화당 의석은 52석뿐이기 때문에 입법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도드-프랭크법이 무력화될 경우 불량 대출을 조장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sangjooo@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