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납품업체 눈치 보는 대구학교 급식 청렴도 평가 '신뢰성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대구의 한 중학교 급식실


뉴시스

대구의 한 중학교 급식 조리실


【대구=뉴시스】민경석 기자 = 대구지역 한 학교에서 영양교사로 근무하는 A씨는 25점 만점의 청렴도 평가에서 2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A씨의 급식 납품업체로부터 향응이나 금품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청렴도 점수가 낮은 것은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업체에 반품해 납품업자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양사 B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씨는 납품업체가 가져온 식재료의 상태가 좋지 않아 반품하니 학교 교장으로부터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

B씨는 "아이들에게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반품을 하면 납품업체가 학교 급식 청렴도 점수를 낮게 준다"며 "만약 업체가 교장에게 불만을 제기하면 영양사는 교장의 지시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업체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지역 학교 급식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대구교육청 등 관계 기관이 아닌 외부 식자재 납품 업체가 하고 있어 학교 급식 청렴도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급식 납품 업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를 악용함에 따라 영양사들이 학생들에게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16일 대구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구교육청은 2012년 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 이후 외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급식과 방과 후 학교, 현장학습, 공사, 운동부 운영 등의 청렴도 향상을 위한 '클린 콜'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클린 콜 서비스 항목 중 학교 급식에 대한 청렴도 평가는 대구교육청 등 관계 기관이 아닌 급식 납품업체들이 실시하고 있어 학교 급식에 대한 청렴도 평가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급식 식자재를 깐깐하게 검수하는 영양사가 있는 학교의 청렴도 점수는 낮고 반품 등 업체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영양사가 있는 학교의 청렴도는 높은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

특히 학교 급식 청렴도 평가는 학교 교장 등의 교원 인사평가로도 이어지고 있어 학생들에게 질 좋은 금식을 제공해야 하는 학교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식자재 납품업체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지역 학교 영양사들은 식자재 검수를 꼼꼼하게 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의 한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사 C씨는 "학교 급식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식자재 납품업체에 맡기다 보니 결국 식자재 검수를 깐깐하게 하지 않고 말 잘 듣는 학교들만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에 학교와 영양사들이 휘둘릴 수 밖에 없고 결국 피해를 받는 건 학생들이다"며 "청렴도 평가가 두려워 식재료 검수를 깐깐하게 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은 학교 급식 청렴도 평가는 영양사 개인에게 하는 것이 아닌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이기 때문에 식품 검수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급식 청렴도 평가 결과를 받을 때 납품업체와의 민원 등 마찰로 인해 청렴도 측정 신뢰도가 저해된다고 판단 될 경우 참작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업체들의 감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평소 영양 교사들로부터 제기되던 문제”라며 “최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0803mks@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