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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PB상품, 유통업체만 돈 번다···납품 중소기업 실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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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상품 급성장…매출비중 30% 육박

제품 만드는 중소·소상공 기업 영업이익은 향상 안돼
이익배분 구조 불합리…거래 끊길라 항의도 못해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국내 시장에서 유통업체 자체상품(PB상품) 비중이 급성장 한 가운데, 성장의 과실을 유통업체가 독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품을 실제로 만드는 중소·소상공 기업은 비대칭적인 이익배분 구조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영세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의 보복을 우려해 불합리한 구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라는 KDI 보고서를 통해 "PB시장의 확대로 인한 성장의 혜택이 원청 유통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고, 하청 제조업체로의 낙수효과는 미미하였음을 보여준다"며 "중소·소상공 기업들이 직면한 비우호적인 이익배분구조는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PB상품은 유통업체가 기획하고 주문한 상품에,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브랜드 상표를 붙여 파는 제품을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PB상품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최근에는 매출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3년 기준 주요 유통업체의 PB상품의 매출비중은 편의점이 28.8%, 대형마트가 22.4%, 기업형슈퍼마켓(SSM)이 26.3%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성장의 혜택이 유통업체에만 집중되고 실제 물건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돌아가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매출액 증가를 경험한 소상공인들조차도 영업이익 향상을 유의하게 경험하지는 못하였음을 보여준다"며 "PB 매출로 생산규모가 확대되더라도 경제적 실익이 보장되지는 않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제의 원인을 유통업체에 유리한 이익배분구조에서 찾는다.

그는 "PB 판매로 인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유통기업과 제조기업에 배분되는 비율을 측정하였고, 그 결과 중소·소상공 기업들이 직면한 비우호적인 이익배분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합리한 이익배분구조로 인해 유통업체는 수익 증가를 누리지만, 중소·소상공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상대적 약자 입장인 중소·소상공 기업은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PB상품 제조업체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거래 중단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납품단가 인하 및 비용 전가 등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PB업계 감시활동 강화 ▲중소제조업체 해외 PB시장 진출 ▲PB업계 연구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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