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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첼로계 음유시인' 미샤 마이스키 "자녀와 함께하는 무대,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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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미샤 마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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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릴리 마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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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마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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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릴리 마이스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운이 좋게도 저는 가장 훌륭한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 아이들과 함께 무대를 공유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정말 특별한 느낌이에요. 분명히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고, 제 꿈이 실현 된 것이기도 하죠."

'첼로계의 음유시인'으로 통하는 첼리스트인 미샤 마이스키(69)가 한국에서 2년 만에 첼로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달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난다. 마이스키가 가장 편안한 파트너라고 이야기한 그의 딸이자 피아니스트인 릴리 마이스키(30)와 지난 공연 때처럼 함께 한다.

한국에서는 2009년 처음으로 릴리와 협연했고 2011년에는 릴리, 그리고 그의 아들인 바이올리니스트 샤샤까지 함께 했었다.

마이스키는 내한을 앞두고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통해 뉴시스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공연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은 제 꿈이었다"며 "우리는 함께 연주하고, 릴리와는 몇 년 전에 함께 스페인 음악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도 자녀들과 새로운 두 개의 앨범 녹음을 진행 중이다. 브리튼의 소나타가 메인인 20세기 클래식 음반이다. "이 소나타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진심으로 한국 관객들이 이 음악을 좋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동전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가족들과 연주하는 것에 단점도 있다고 했다. "가끔 아이들과 함께 서는 무대에서 더 긴장하게 되는데,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음악계에서 긍정주의자로 잘 알려진 마이스키는 "누군가는 컵에 물이 반이나 비었다고 보겠지만, 저는 대신 물이 반이나 차있다고 보는 것을 선호한다"며 가족과 연주하는 장점을 더 강조했다.

"비관주의자와 낙천주의자의 차이점이죠. 그런 긍정적인 면에 더욱 집중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제 아이들과 연주하는 것이 정말 큰 기쁨이에요. 부정적인 순간들은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그에게 자녀교육법에 대해 물었다.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요. 만약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간 낭비이자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항상 100%, 가능하다면 120%를 목표로 삼으라고 이야기해요."

릴리는 함께 진행된 e-메일 인터뷰에서 "저는 항상 아버지를 '수퍼맨'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많은 딸들이 아버지에 대해 저와 같이 느끼고 있겠지만, 그는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일생에 많은 음악 활동을 해왔고, 얼마나 많은 여행을 하는지는 모두가 알죠. 저는 아이도 없고, 그보다 훨씬 적은 일을 하는데도 이미 저에게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아이들이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거에요. 그렇기에 저는 아버지를 정말 존경해요."

그녀는 아버지의 이름값이 자신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자신은 현악기가 아닌 피아노를 연주하는 만큼 보완하는 역할이라 다행이라며 아마 바이올리니스트인 자신의 동생(샤샤)이 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항상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고, 연주자로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고 스스로를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첼로 거장들인 피아티고르스키의 감성과 로스트로포비치의 힘을 물려받았다고 평가를 받는 미샤 마이스키는 50년 가까이 독주와 실내악 분야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서정적인 연주가 특히 인상적으로 구소련의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의 부당한 체포로 수용소에 2년간 감금되고 2달간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했다. 극적인 젊은 시절은 그의 예술혼으로 승화됐다. 뛰어난 기교와 더불어 느껴지는 생명력과 자유로움이 그것이다. 특히 인간미가 느껴지는 음색이 일품이다.

세계적인 수퍼스타임에도 친근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이유다. 비결을 묻자 "저는 사람들이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함께 즐기고, 그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청중의 귀와 마음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장에까지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저는 이것이 바로 훌륭한 뮤지션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제 음악이 관객들의 심장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마음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손이 아닌 바로 제 심장에서부터 음악이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1988년 첫 내한 리사이틀 이후 21번째 방문인 한국에서는 그 친근함이 특히 더하다. "한국 관객들은 매우 호의적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즐겨줘요. 그런 점에서 저 또한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을 즐기게 됐고, 다시 초대받게 된 것에 대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언제든 기회만 있다면 돌아와서 연주하고 싶어요."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슈만과 브람스, 풀랑크와 브리튼 등을 연주한다. 특히 브리튼 첼로 소나타는 올해 서거 10주년을 맞은 자신의 스승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로스트로비치는 브리튼의 매우 가까운 친구이자, 함께 무대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이 소나타 또한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배운 곡이죠. 제 스승은 20세기에 가장 훌륭한 작곡가들과 많은 인연이 있었는데, 브리튼도 그 중 하나였어요."

마이스키가 로스트로포비치를 따른 것처럼 수많은 후배 연주자들이 마이스키를 따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젊은 음악가를 위한 조언을 청했다.

"악기는 최종적인 목표인 음악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에요. 이것은 모든 음악가들이 우선시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음악가들은 기술적으로는 매우 뛰어난데, 위험한 점이 성공하기 위해선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는 자칫 잘못하면 제 1순위여야 할 음악이 2순위가 돼 버리기 쉽습니다."

한편, 마이스키는 서울 공연에 앞서 천안 예술의전당(9월5일), 김포아트홀(9월7일), 대구콘서트하우스(9월8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9월9일) 등 5개 도시에서 투어를 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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