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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상·최저임금 압박에… 기업들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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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경영환경에 ‘출구’ 모색

세계일보

산업계 일각에서 쏟아지는 악재를 견디다 못한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생산시설 해외이전’ 등 강경한 목소리가 돌출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게 해당업계의 하소연이지만,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판단 착오를 대외 변수 탓으로만 돌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갓 출범한 정부는 산업계의 극단적 주장에 자제를 당부하는 등 놀란 모습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업황 전망이 어두운 자동차와 섬유 등 업종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0일 ‘통상임금에 대한 입장’ 성명을 통해 “현재도 과중한 인건비 부담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생산경쟁력 위기의 근원”이라며 “사법부가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 예정인 기아차 통상임금 관련 선고에서 기업이 패소할 경우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돼 산업 경쟁력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 등 완성차 5개사 모임이다.

세계일보

소동은 협회가 어려움을 설명하던 끝에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6시간쯤 후 협회는 “업계가 해외이전을 검토한 사실은 없다”면서 “관련 부분은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정부가 진상 확인에 착수하자 벌어진 사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이전 검토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어서 연락했다”면서도 “가정을 전제로 한 언급이 부각됐고, 협회도 당황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부는 섬유업계 움직임에도 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튿날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섬유업계 경영진을 만나 “국내 공장 폐쇄, 해외이전 등 국내 생산기반을 축소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섬유업체 경방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광주 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전방도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원 한 관계자는 “자동차·섬유 등이 업황이 어려운 것을 비용 증가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부 기업이 생산시설 철수를 협박하는 듯한 모습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섬유는 원료를 100% 수입하고 인력·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업종”이라며 “오랜 기간 값싼 비용에 기대어 수립한 사업계획이 틀어지게 됐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에서도 중견·대기업 군에 속하는 면방업계는 2010년을 전후해 국내 설비를 확대하는 판단 실책을 빚기도 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과 관련해 “사드 여파보다는 브랜드 경쟁력 약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품질·저가격,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업체와 차급, 소비자 층이 겹친다는 것이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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