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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같이 자야 병 고쳐진다" 정신장애 여성 성폭행한 60대 전직 승려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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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자신과 성관계를 맺어야 병이 나을 수 있다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여성을 속여 성폭행한 60대 승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성구)는 정신질환을 앓는 20대 여성을 속여 성관계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위계 등 간음)로 기소된 전직 승려 신모(6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신씨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신씨는 지난해 9월 A(여·23)씨가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자신이 기도승으로 있던 서울 은평구의 한 사찰을 찾자 A씨를 속여 3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현병과 조울증 등 정신장애가 있는 A씨는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쉼터 생활을 하고 있었다.

A씨가 가정폭력과 ‘내가 아닌 느낌’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자 신씨는 “신(神)병으로 빙의 현상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같이) 자야 몸이 고쳐지고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현혹했다. 또 신씨는 A씨에게 “무당이 되기 싫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라며 사찰에서 성관계를 맺고, 이후에도 “그때 제대로 못 했으니 다시 해야 한다”며 인근 모텔로 A씨를 데려가 다시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지난 2002년 조계종에서 승적을 제적당해 승적도 없이 승려 생활을 해왔다.

재판에서 신씨는 A씨가 정신장애가 있는 사실을 몰랐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에 노출돼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A씨의 증상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봐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며 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45세나 연상인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과 피고인의 연령·환경·성행·범행의 동기와 수단·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씨가 동종 전과가 없고 신상정보 등록, 실형 선고와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만으로도 재범 위험성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상정보 공개 또는 고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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