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뛰는 경찰에 날아다니는 몰카…초범이면 벌금, 피해자 두 번 울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9일 오후 6시께 지하철경찰대가 ‘몰카’ 촬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 남성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몰카 장비나 몰카 애플리케이션이 워낙 다양해서요.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9일 오후 6시 기자와 함께 ‘몰카’ 단속에 나선 지하철경찰대 소속 경찰은 단속 중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실제로 한 몰카 앱의 경우 촬영할 때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물론, 촬영하는 동안 스마트폰 화면에 다른 사진이 보이거나 아예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검은 화면으로 전환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른바 ‘몰카 범죄’에 최적화된 앱이다.

그런가 하면 안경이나 시계, 넥타이핀, 단추, 벨트, 모자, 옷걸이, 라이터, 휴대용저장 매체(USB)와 같은 전통적인 몰카 촬영 도구부터 우산 끝에 설치할 수 있는 볼펜형 캠코더까지 등장하면서 ‘몰카 촬영 장비’는 점차 다양해지고 그 기능도 고도화 중이다. 최근에는 급기야 드론을 이용한 신종 몰카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뛰는 경찰에 날아다니는 몰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쇼핑백 내부에 DSLR 카메라를 설치해 외부에서 빨대로 전원을 작동해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하는 '쇼핑백 몰카'도구/사진=지하철경찰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몰카범들의 기상천외한 범죄 수법도 단속 어려움에 한몫하고 있다.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은 단속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범죄 수법 중 하나로 ‘빨대’를 이용한 몰카라고 말했다. 빨대를 이용한 몰카는 종이쇼핑백 안에 DSLR 카메라를 넣고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내부를 가린 뒤 안에 설치한 카메라 전원 스위치를 빨대로 작동하면서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하는 식이다.

몰카를 위해 개발된 최첨단 몰카 앱 그리고 진화하는 장비와 기상천외한 범죄 수법으로 몰카 범죄의 수치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53건이던 몰카 범죄 적발 건수는 지난해 5185건으로 5배가량 치솟았다. 또 지난 2006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몰카 범죄 비율은 3.6%에 그쳤지만, 2015년에는 24.9%까지 뛰었다. 성폭력 범죄 4건 중 1건이 몰카 범죄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몰카범 단속에 나서는 경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진화하는 몰카 도구’를 판매하는 쇼핑몰 모니터링이다.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대응법을 개발해 현장 단속에 나가는 셈이다.

경찰은 또 주파수·적외선 등의 전문 탐지 장비를 활용해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스마트폰·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범을 색출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몰카 장비는 주파수를 잡아내기도 어렵고, 단속 현장에 따라 몰카 탐지기를 사용할 수 없는 곳도 많아 몰카 단속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 남성이 몰래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성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몰카 용의자는 현장에서 바로 경찰에 붙잡혔다/사진=지하철경찰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는 지난해 5185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2400건으로 시작해 연평균 21%씩 적발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성범죄 관련 디지털 증거분석 의뢰 건수는 2012년 541건에 그쳤지만 사이버안전국이 개국한 2014년 3372건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1만 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행법상 위장형·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규제할 수 있는 관련법은 전혀 없는 상태다. 국회에서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계류된 상태와 ‘몰카판매금지법’ 입법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몰카범을 처벌하는 처벌 수위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받는 고통에 비해 적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초범의 경우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여성변호사회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관련 판결문 186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가 71.97%였으며, 벌금 300만 원 이하는 79.97%에 달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티잼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