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제트스키로 30분이면 스페인 땅 밟아요'…난민장사 천태만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무보트부터 쾌속정, 제트스키까지 '옵션' 다양…밀입국 수요 폭증

20년간 유럽 땅 밟으려던 아프리카인 6천명 지중해서 목숨 잃어…'죽음의 바다'

연합뉴스

스페인 당국에 체포된 아프리카 난민들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땅을 밟으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밀입국을 돕는 범죄조직들의 수수료가 급등하는 등 '난민장사'가 성업 중이다.

고객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위험천만한 소형 고무보트에서부터, 쾌속정과 제트스키까지 난민들이 고를 수 있는 옵션'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국경통제기구인 프론텍스(Frontex)와 일간 엘파이스 보도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난민의 스페인 밀입국을 돕는 범죄조직의 수수료는 작년 1인당 평균 500 유로(66만원 상당)에서 올해 1천 유로(130만원 상당) 수준으로 갑절이 올랐다.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 루트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스페인땅을 밟은 불법 이민자는 작년 한 해 파악된 것만 8천162명으로, 한 해 전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페인으로 밀입국한 북아프리카 난민만 7천500여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천600명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의 기록적인 난민 입국자 수(3만9천180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들어온 밀입국자는 매년 갑절가량의 증가율을 보이며 최근 수년 새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해로를 통한 스페인 밀입국이 계속 급격히 느는 것은 여전히 지브롤터 해협과 지중해를 거쳐 스페인으로 가는 것이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유럽으로 가는 최단거리이자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에 진입하는 방법은 거리와 시간 때문에 훨씬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유럽행을 원하는 아프리카 밀입국자의 90%는 가난과 정치불안으로 점철된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출신들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밀입국 조직들이 마약 밀매에 쓰던 쾌속정 등 고급수단을 난민장사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고, 소요시간이 단축되면서 많은 인원을 짧은 시간에 실어나를 수 있게 되자 밀입국 수요도 폭증했다.

연합뉴스

난민장사에 활용되는 고속정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또한, 유럽 대륙과 지중해를 사이로 마주한 모로코와 알제리의 임시난민촌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난민들은 더더욱 유럽행에 목을 매고 있다.

이렇게 되자 아프리카와 스페인을 오가며 활동하는 범죄조직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아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

이 조직들은 고객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양한 선택권의 밀입국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위험도가 낮을수록 가격은 더 올라가는데, 보통 스페인행을 원하는 아프리카 난민은 경로와 이동수단에 따라 1인당 최저 100 유로(13만원 상당)에서 3천 유로(400만원 상당)까지 지불하고 있다. 단 30분이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널 수 있는 고속 제트스키 옵션은 가격이 최고가인 3천 유로라고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여전히 해상경로를 통한 스페인 진입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루트다.

스페인의 한 난민단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해로를 통해 스페인 땅을 밟으려다가 바다에 빠져 희생된 아프리카인만 6천여 명에 이른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초에는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영토인 멜리야 인근의 지중해 서쪽 알보란해에서 난민을 싫은 보트가 좌초해 49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유럽의 세계적인 관광지들을 연안에 거느린 지중해는 어느덧 가난과 정치적 박해를 피해 유럽행을 택한 아프리카인들의 희망이 묻혀버린 '죽음의 바다'가 되어버렸다.

yonglae@yna.co.kr

연합뉴스

스페인령 멜리야에서 붙잡힌 사하라사막 남부 출신 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