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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러지도 저러지도’…딜레마 빠진 전경련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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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개명’ 딜레마에 빠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경련은 넉달 전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꾸고 기존 ‘회장단 회의’를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이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정관변경 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전경련에 따르면 이 민간 경제단체는 지난 3월 위와 같은 혁신안을 발표한 후 아직 정관변경 신청은 물론 그에 앞서 열어야 할 이사회와 회원사 총회조차 아직 열지 못했다.

애초 새 정부 신임 산업부 장관이 임명되면 정관변경 신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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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신임 산업부 장관이 취임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정관변경 신청 계획은 없다”면서 “정관변경을 위한 이사회와 총회도 어느 시점에 추진할지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경련이 개명 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관변경 신청이 가져올 위험 때문이다.

일단 산업부 입장에서 정관변경 승인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다. 단체의 정관변경 정도는 통상 부처 과장급만 돼도 처리할 수 있지만 그 단체가 전경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명을 허가하는 것 만으로도 “전경련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며 여론이 들끓을 수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만약 산업부가 전경련의 신청을 ‘불허’하면 큰 위기에 처한다. 그 자체가 전경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 해체(설립허가 취소)’ 여론이 다시 수면위로 오르는 등 괜한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이전의 존재감 및 위상 회복은 커녕 조직이 약화되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4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회원사들이 대거 탈퇴한 후 예산이 크게 줄었고, 직원들의 이탈도 계속돼 국정농단 사태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위상 추락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위원회 이의제기 가능 사용자단체 명단에서 경제 5단체 중 전경련이 유일하게 제외되는 등 새 정부의 ‘전경련 패싱’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간 간담회에서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아닌 GS그룹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도 그 예다. 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간담회에 이틀 연속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 정부와 불편한 관계이긴 해도 수십 년 쌓인 전경련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쉽게 버리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전경련이 공동주최한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경련 행사에 공식 참석한 것은 이 총리가 처음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상의가 위상을 드높이고 있지만 사실 대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닌 한계가 있다”며 “전경련이 환골탈태한 뒤에는 민간 경제 외교 네트워크 등 존재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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