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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고졸신입 연봉 40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임금인상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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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 격차 더 키울수도...기형적 임금구조가 원인]

#전자·통신기기를 제조하는 A사는 올 고졸 신입 생산직의 연봉이 4004만원이다. 적지 않은 연봉이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초봉을 7%(281만원)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저임금으로 계산되는 기본급(시급 7023원)이 내년 최저임금보다 낮아서다. 더 큰 문제는 초임의 기본급이 오르면서 전 직원에 대한 기본급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10년차 직원은 연봉이 488만원 오른다.

기본급은 낮고, 상여금이 높은 국내 임금체계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임금인상 도미노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한 단면이다. 국내의 경우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포함되지 않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7530원)을 확정 고시한다.

머니투데이

◇연봉 높지만 낮은 기본급에 최저임금 위반=
국내 임금체계는 기본급 비중이 낮은 대신 각종 수당과 고정상여금, 장시간 근로에 따른 초과급의 비중이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의 기본급 비율(2013년 기준)은 57%로 나머지는 수당과 상여금이다.

A사의 경우 초임 연봉은 기본급과 격월로 지급되는 고정상여금(800%)과 변동상여금, 출퇴근 수당·식대 등 복리후생 수당으로 구성된다. 이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것은 총임금의 44%에 불과한 기본급(147만원)뿐이다.

내년 최저임금 기준(월 157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급을 최저임금 7530원으로 인상하면 기본급은 물론 이에 연동되는 연장근로수당, 상여금 등이 연쇄 인상되며, 이는 7% 임금인상 효과와 같다.

재계 관계자는 "낮은 임금의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최저임금제도로 인해 고임근로자의 임금까지 인상되고 있다"며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고율로 인상되면서 임금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좁은 최저임금 산입범위…현실반영 '글쎄'=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1986년 법제정 이후 실질적인 변화 없이 유지되면서 최근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좁은 산입범위로 인해 국내 최저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의 경우 '매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연장근로와 같은 시간외 수당과 숙식비·교통비 등 생활보조 혹은 복리 후생적 임금은 제외된다. 1개월을 초과하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좁은 산입범위는 외국인 근로자간의 역차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다수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숙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아서다.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제수당 및 금품(현물급여 포함)'을 모두 포함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숙식비와 팁을, 일본은 숙식비를 최저 임금에 포함하고, 영국과 프랑스는 상여금과 숙식비를 모두 산입하고 있다.

◇기형적 임금구조…노사정 모두 책임= 최저임금 산입 문제는 연공급(호봉제) 임금 체계와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과 수당의 비중이 높은 기형적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수당의 종류만 150여개에 달하고, 경우에 따라 수당이 기본급의 3~4배에 달한다.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다.

과거 고성장 시기에 근속에 따라 생산성과 숙련도가 상승한다는 전제에서 연공급이 도입됐지만 최근 저성장·고령화 사회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자동으로 기본급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기형적 임금 구조의 단초가 됐다.

기업은 임금이 자동상승하는 기본급(호봉제) 비율을 낮추는 대신 각종 수당 신설과 상여금 인상으로 대응해왔다. 기본급 억제는 추가 수당을 낮추는 효과도 갖고 왔다.

노조 역시 새로운 수당을 신설하는 것이 짧은 임기 내에 자신들의 업적을 나타내는 효과가 있어 기업의 방침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한자리수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사가 공동으로 기본급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각종 수당을 통한 편법적 임금인상에 합의한 경향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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