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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모처럼 쉬어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140조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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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투자 비밀수첩-144]
-전년 대비 대폭 성장세 불구 낙관하던 투자자 '실적하향' 판단할수도
-반도체 경기 의견 분분…"4차산업혁명 덕볼 것" vs "재고확충 사이클"


매일경제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가 1.72포인트 오른 2,402.71로 장을 마감한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뛰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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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모처럼 크게 쉬어갔습니다. 지난 7월 2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3%나 떨어진 2400.99에 마감을 했죠. 파죽지세로 오르던 속도에 민감해진 투자자 입장에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만한 조정이었습니다. 다음 거래일인 31일 지수가 어떻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코스피는 0.07% 오른 2402.71에 마감하며 2400선을 지켜냈어요. 하루 급락한 코스피가 추가 하락까지는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수급 측면에서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는 낌새가 눈에 확 보입니다. 앞으로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7월 말 들어 외국인은 연일 코스피를 내다 팔고 있어요. 24일 1683억원을 시작으로 25일 3411억원, 26일 3551억원, 27일에는 20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죠. 28일에는 5599억원어치, 31일에도 25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6거래일 동안 내다판 코스피 주식만 1조8000억원이 넘으니 조심스럽게 추세 전환이 온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외국인은 연초부터 10조원 넘게 코스피를 순매수했기에 단기 집중된 순매도 트렌드에도 코스피 외인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지요.

이제 투자자 입장에서 증시가 어떻게 될지 큰 그림을 그려볼 때가 됐습니다. 오르기만 하던 증시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투자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상승 일변도의 랠리에서는 소수의견이 나오기 힘듭니다. 자고 나면 지수가 올라 있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용기 있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겠지요.

코스피가 급락 장세를 펼친 28일을 며칠 앞두고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을 만났습니다. 코스피가 한 차례 확 꺾이기 전이었기 때문에 시장이 소수의견을 용납하지 않던 때였습니다. 이 부사장은 운용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본질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만 담으면서 소위 시세를 보고 투자하는 '모멘텀 투자'는 멀리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는 본인만의 가치투자로 30년간 시장에서 살아남은 산증인입니다. 시기에 따라 그의 투자 수익률이 시장을 훨씬 이길 때도, 반대로 약간 밑돌 때도 있었지만 그만의 철학을 따라 그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확실히 돈을 벌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이 부사장 역시 하반기 코스피가 장기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란 믿음은 강했습니다. 다만 상반기에 보였던 가파른 상승세는 주춤할 거란 예상을 했는데요,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증시가 한국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예상이었습니다.

그날 그의 예상 중에 가장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올해 상장사 순이익 예측치었습니다. 지난해 95조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올해 많게는 140조원이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랐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18조원 수준이었던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2월 122조원, 3월에는 123조원으로 늘더니 5월에는 134조원이 됐고, 6월에는 140조원까지 점프했습니다. 주가가 올라도 예상 순이익이 계속 늘어나니 코스피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떨어지지 않는 'PER의 마법' 현상도 나왔습니다. 예상 실적이 늘어나며 오른 주가를 정당화하고, 더 나아가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증시에 추가로 베팅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 구도가 반복된 것이지요. 연초 이후 코스피 주식을 10조원 넘게 싹쓸이한 외국인 투자자 심리에는 이런 계산이 다 들어 있던 것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2분기 '대장주'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면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코스피 순이익 예상치가 허무맹랑한 수치가 아니라는 시장 믿음을 주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부사장은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이 120조원 정도 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증권사 추정치와 실제 수치 차이를 봤더니 10% 안팎은 항상 차이가 나더라는 경험치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부사장은 95조원에서 120조원으로 한 해 만에 순이익이 30% 가까이 늘어나는 것도 엄청난 성과인데 자칫 투자자들이 실망할까 걱정스럽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주식은 심리전이 강한 게임입니다. 다들 140조원의 순이익이 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순이익이 120조원에 그친다면 투자자들이 전년 대비 늘어난 이익에 집중하지 않고 예상치 대비 줄어든 이익 규모에 집중할 거란 예상입니다.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은 다른 곳에서도 나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이 110조원가량에 머물 것 같다는 의견을 지난 6월에 냈습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4분기 실적입니다. 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영업이익을 비교적 근사하게 맞출 수 있지만 순이익은 그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순이익은 기업의 투자활동, 비용 집행 등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따른 숫자 변동이 반영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국 기업은 거의 모두 12월에 회계결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비용 계상을 거의 연말에 한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논의되고 있던 낙관적인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에는 4분기 비용 계상에 따른 순이익 감소 폭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실제 그의 예상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최근 5년간 코스피 영업이익과 순이익 차이를 분석해봤는데요, 매년 4분기마다 둘 간 괴리율이 약 50%에 달했습니다. 1~3분기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차이가 20% 안팎으로 별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유독 4분기만 되면 격차가 확 벌어지는 결과가 적어도 5년간 반복된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코스피 순이익 예측치가 140조원을 웃돌기 위해서는 올해 4분기에는 순이익과 영업이익 차이가 예년만큼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결과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만약에 그의 예상대로 올해 4분기에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영업이익을 크게 밑도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코스피 순이익은 시중 예상을 밑도는 수준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3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4분기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순이익이 춤을 출 수 있다는 예상은 어찌 보면 기술적인 문제라고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면 일시적 비용 계상에 따른 순이익 감소쯤은 시장이 묵인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이는 연말 코스피가 어떻게 될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입니다. 상반기 코스피는 IT 관련 주식 실적이 늘고 그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서 지수가 따라 오르는 모양새였는데요, 3분기 IT 회사들 실적이 둔화될 기미가 보인다면 또 한 번 코스피가 조정받을 수 있는 빌미를 주겠지요.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도 더 커질 테고요.

여기서 이 부사장의 관점을 한 번 더 조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현 IT 장세를 글로벌 재고 확충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최근 몇 년간 경기 상승을 확신하지 못한 기업들은 재고를 쌓아두는 것을 매우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났고, 그때부터 가파르게 재고를 쌓기 시작했다고 이 부사장은 설명합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랠리까지 더해져서 반도체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반도체 값이 고공행진을 펼치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이 점프하는 순환 효과가 발휘됐다는 겁니다.

그는 최근 탐방한 기업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평소 눈여겨보던 중소형 규모 전자회사가 적자가 났답니다. 근데 이유를 알고 보니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값이 너무 올랐더래요. 근데 판매가는 올리지 못해 원가 상승에 따른 적자가 발생한 거지요. 이 부사장은 원래대로라면 제품이 잘 팔려서 판매가가 오르고 상품을 더 만들어야 하니 반도체 주문을 늘리고, 그러니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게 정상인데 현 국면은 그와는 좀 다르다고 분석합니다. 반도체 시장에 약간의 가수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이라 불리는 미국 IT업종 CAPEX(설비투자비 지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년 대비 분명 반도체를 과도하게 발주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게 꺾이면 주문도 하락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애널리스트라도 1년 뒤의 반도체 경기는 정확히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저런 전망을 종합적으로 듣고 어디에 베팅할지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겠죠.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사이클을 타던 반도체 경기가 완연히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는 의견도 분명 나옵니다. 종합적인 정세 분석으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내 돈은 누구도 지켜주지 않으니까요.

[홍장원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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