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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반도체 인력 내부서 돌려막는 삼성, 中협력사 달래기 여념 없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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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심각하길래…文대통령에 SOS

매일경제

7월 27~28일 실시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각자의 주력 사업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애로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관심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인력난'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중국 내 협력사에 대한 금융권 지원' 등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가전(CE)부문 소속 인력 200여 명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산하 시스템LSI(비메모리)사업부로 이동 배치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외부 공개채용이나 사내 공고를 통해 인재를 뽑은 적은 많았지만 대대적인 부문 간 이동 조치는 이례적이다. 이들 상당수는 2006년부터 TV사업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DS부문에서 옮겨 온 반도체 전문가다. 그만큼 외부에서 반도체 경험을 보유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내부에서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분사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선두권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달리 파운드리는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분야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이동을 원하는 인력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반도체 인력난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잘 키워놓은 인재가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새롭게 들어오는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력난 심화로 인해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부품업체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저하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특히 부족한 것은 정부 차원의 인력 양성 노력이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수조 원을 쏟아부으며 인재 양성과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조성된 반도체 펀드는 2000억원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를 위한 몫이고 메모리 등은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한국 최고의 반도체 연구소로 꼽히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마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말 연구소장을 맡았던 황철성 교수 임기가 끝났는데도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연구 실적을 보유한 교수가 소장으로 취임한 사례도 있다. 반도체는 석사 이상 학위를 지닌 인력이 46%를 차지할 정도로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최근에는 뛰어난 이공계 인력 상당수가 의대에 지원하거나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로 진출하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주 간담회에서 밝힌 중국 내 협력업체들의 자금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부 정책금융기관들의 지원을 직접적으로 요청할 정도로 올해 자금 압박 등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중순 정 부회장이 급히 중국으로 날아간 것은 19일 열린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의 생산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협력사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그룹 주요 경영진과 함께 중국 내 현대·기아차 협력사 대표들을 만난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결제대금 조기 지급, 정상화에 필요한 지금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판매량으로 보면 40만대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판매가 감소하면서 현대·기아차의 공장 가동률도 줄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3분기 현대·기아차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이 각각 83%와 63%는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드 영향 지속과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를 볼 때 실제 공장 가동률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공장 가동률 하락은 협력업체들의 직접적인 이익 감소로 연결됐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협력업체 가운데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3%, 66.8% 줄었다. 현대·기아차 비중을 꾸준히 줄여온 만도 정도만 13.9% 하락에 그쳤을 뿐이다. 8월 실적 발표가 예정된 에스엘 평화정공 성원하이텍 대원강업 등 주요 1차 협력사들의 실적 하락도 심각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기아차 주요 협력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기관도 이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여신 회수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와 장기적인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협력업체들은 복합적인 문제에 빠지게 된다.

[이승훈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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