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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文-기업인 간담회,결국 ‘듣는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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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형식은 ‘대화’였지만 결국 ‘듣는 자리’였다. 지난 27일부터 이틀동안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 얘기다.

이번 기업인 간담회는 이전 정권과 달리 격의없는 대화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파격이란 평가가 잇따랐다. 실제로 대통령과 기업인들 모두 노타이(no tie) 차림에 정해진 시나리오나 자료 없이 진행됐다.

대통령이 말하면 기업인들이 그대로 받아적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간담회였다.

하지만 대화 내용까지 파격적이진 못했다. 정작 기업인들의 속내는 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다.

최근 업계에서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대규모 유통시설 규제와 같은 문제들은 화두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도 여전히 완강하고, 각종 규제로 기업들이 새로운 먹을 거리를 찾는 데도 쉽지 않아 어려운 게 현실인데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적극 토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신 재계를 향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확고했다. 간담회 주제는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으로 미리 선이 그어졌고,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정규직 운영과 투명한 상속세 납부의 모범사례로 초대된 사실은 기업인들 입장에서 무언의 압박으로 느끼기 충분했다.

이에 이번 기업인들과의 ‘대화’ 역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은 정부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전달된 ‘듣는 자리’에 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간담회 이후 기업인들은 정부의 기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롯데의 정규직 전환에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정부 정책이나 해법도 그리고 기업의 입장과 현안들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며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저희 신세계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과 맥주잔을 부딪히는 기업인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현실은 결코 밝지 않다. 각종 규제와 대내외적인 리스크로 인한 고충은 정부의 협조없이 개별 기업이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제 기업인들의 협조 약속을 받아낸 정부가 적극적으로 그들의 속내를 들어야 할 차례이지 않을까.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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