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사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5배, 아마존은 PBR이 23배에 달할 정도로 고평가 된 상황"이라며 "기술주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꺾이기 시작하면 많이 오른 나스닥이 조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 몸값이 치솟는 것을 경계하며 "펀더멘털에 기반하지 않는 자산 가격이 뛰는 것은 거품장세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나스닥 거품이 꺼지면 코스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많이 오른 IT주를 위주로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PBR이 20배가 넘는 넷플릭스 등 나스닥 기술주와 달리 PBR이 2배를 밑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거품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심한 내 성격 탓에 삼성전자를 지금 담을 수 없지만 주가는 비싸다고 생각 안한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다면 보유를 추천하지만 신규 진입은 검토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 국면을 글로벌 재고확충사이클로 보는 자신의 견해를 들어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적자로 전환한 전자회사 탐방을 갔는데 가파른 디램가격 상승 여파로 적자로 변했다는 것. 반면 판매가는 제자리라 부품비 폭등에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품이 잘팔려 판매가격이 오르고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디램을 추가로 발주해 반도체 값이 뛰어야 하는데, 현 국면은 반도체 값부터 오르는 '거꾸로 장세'라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최근 몇년간 경기 눈치를 보며 부품 주문을 못낸 기업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재고가 소진되자 한꺼번에 주문을 늘리는 모양새"라며 "최근 IT관련 실적이 가파르게 뛴 건 가수요에 기댄 측면도 어느정도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소심한 본인의 성격상 하반기 주식 매수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반기 대형주 장세가 꺽인 이후 소외받던 중소형주에 한차례 랠리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상반기 많이 오른 대형성장주의 주가 탄력이 시들해지면 유통·식음료를 비롯한 내수주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중소형 지주사, 시멘트 업종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좋은 것과 투자하기 좋은 때는 구분해야 한다"며 "1999년 3차 산업혁명 당시 KT는 최고의 회사였지만 현 주가는 당시 대비 7분의 1토막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35조~140조원으로 예상되는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내비쳤다. 매년 순이익이 당초 예측치를 소폭 하회했던 지난 몇년을 볼 때 120조원 안팎의 성적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그는 예상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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