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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20년 악연 김상조와 삼성, 대통령-재계 간담회서 어색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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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2차 간담회에선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 간 만남이 예정돼 눈길을 끈다. 권 부회장은 구속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특검의 이 부회장 수사에 협조하면서 '포괄적 뇌물죄'라는 특검 측 논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어찌보면 삼성 이 부회장의 부재 상황에 김 위원장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셈이어서 김 위원장과 권 부회장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도 2차 간담회의 관전 포인트다.

김 위원장과 삼성 간 악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위원장은 1997년 출범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소액 주주 운동을 시작하며 삼성과의 길고 긴 싸움을 시작했다. 경제민주화위원회 출범 직후 김 위원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승계가 이어지는 첫 단추였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관련 소송을 벌이며 '편법승계'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냈다.

1998년 3월에는 소액주주 운동을 함께 하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고려대 교수)과 삼성전자 주총에서 "삼성전자가 삼성자동차를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주총은 총 13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밝혀 온 삼성 개혁론은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해체됐지만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미래전략실을 "권한과 책임이 일치되지 않는 기형적 조직"이라며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또 이 부회장을 겨냥해서는 "모든 걸 보고받고 직접 결정하는 'CEO형 총수' 욕심을 버리고 이해 관계자와 소통하는 '조정자'의 역할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과 김 위원장이 앙숙으로만 지내온 건만은 아니다. 삼성그룹은 2013년 김 위원장을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초청해 삼성의 문제점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당시 강의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미래전략실장)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삼성의 경영성과를 치켜세우면서도 소통 부족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등 삼성의 핵심 인사들과도 교류를 하며 자신의 비판에 대한 삼성 측 입장을 들어왔다.

또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추진해 온 지주회사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단순한 '반(反)삼성주의자'라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김 위원장과 삼성의 관계는 다시 불편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비판했다. 또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자사주 매각을 강력하게 권했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내놨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포괄적 뇌물죄'라는 구속의 결정적 논리를 특검에 제공했다.

또 새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연차를 내고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법정에서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삼성 내부 얘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김 전 사장이 "이 부회장이 내외적으로 경영 지도력과 카리스마 확립이 안 됐고 스스로도 자신감이 부족해 집단결정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으로 삼성 측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내용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격의없이 각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삼성과 악연을 이어온 김 위원장이 새 정부 재벌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권오현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구속 상황을 언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 분야의 성과를 놓고 이런저런 덕담이 오가는 수준에서 새 정부와 삼성 간 첫 대화가 매듭지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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