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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상식을 깬 인터넷은행…금융수요자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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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전상희 기자] “불편함이 우리를 만들었다”(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은행을 없앴다. 고객 부담을 없앴다. 고정관념을 없앴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인터넷전문은행의 목표는 확실했다. 그동안 은행거래에서 고객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없애고 더 나은 금리와 수수료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전에 없던 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그동안 은행의 높은 문턱과 복잡한 거래에 지쳤던 금융수요자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시중은행도 부랴부랴 수수료를 낮추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인터넷은행이 훌륭한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관적인 디자인·간편한 메뉴…금융수요자를 사로잡다

27일 카카오뱅크는 공식 서비스 개시 후 접속자가 폭주해 앱이 먹통이 되는 상황에서도 10시간 만에 신규 계좌 10만4000좌를 끌어모았다. PC 홈페이지 없이 모바일 앱으로만 운영하는 카카오뱅크 특성상 앱 오류가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개척했던 케이뱅크도 출범 첫 날 15시간 동안 1만 5000명의 고객을 유치하면서 예상밖 반응에 상당히 고무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바로 편의성이다.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 지점 앞에서 발 동동 구를 필요 없이 24시간 365일 어디서나 휴대폰만 있으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뱅크 에브리웨어’(Bank Everywhere)가 가능해졌다.

서비스도 간편하고 단순화했다.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이 확산하고 있지만 막상 은행 앱 종류도 많고 메뉴가 복잡해 사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원앱’(One-App) 전략으로 메뉴도 단순화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카카오뱅크는 계좌개설까지 7~8분이면 족했다. 손이 빠르면 5분만에도 가능하도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카카오톡 친구목록에 등록된 이에게 이체하면 8초만에 송금을 완료할 수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시중은행과 달리 핀테크 업체들은 메뉴배치 등 작은 편의성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차별화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효과를 톡톡이 누렸다. ‘카톡 신화’를 쓴 카카오가 만든 모바일뱅킹은 과연 얼마나 더 혁신적일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라이언’(사자), 어피치(복숭아), 프로도(개) 등 카카오 캐릭터로 디자인한 체크카드도 호평을 받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젊은 커플들은 같이 있어도 카톡을 한다”며 “상담창구도 카톡을 활용해 문자와 그림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금리와 무료인 수수료

가격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 없이 철저히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만큼 아낀 비용을 고객에게 금리나 수수료로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입출금 통장에서 쓰지 않는 돈을 따로 지정하면 연 1.2%의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금리 0.2~0.5%에 비해 높다. 예적금 금리는 최고 연 2.5%로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적금 금리가 1.1~1.8% 수준인 것과 비교해 매력적이다.

기존 제도권 은행이 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는 더 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늦게 올리면서 순이자마진(NIM)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 간편송금, P2P금융 등 핀테크 업체가 등장하면서 저렴한 금리와 수수료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제도권 금융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는 불안감도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핀테크 업체 만큼 저렴한 가격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은행연합회 정사원으로 가입한 1금융권이란 안도감을 동시에 준 것이다.

수수료 경쟁력도 고객을 끄는 유인이다. 시중은행이 금융서비스에 대한 각종 수수료를 올리는 추세인 반면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GS편의점에서 현금입출금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카카오뱅크는 주요 시중은행 자동화기기(ATM)와 편의점(CU, 세븐일레븐), 지하철 ATM 등 3대 수수료를 연말까지 안 받기로 했다. 해외송금 수수료도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윤 대표는 “3대 수수료 무료는 어떤 은행도 해보지 않았던 시도”라며 “고객에게 혜택을 최대로 돌려주겠다는 생각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내년 수수료는 올해 말에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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