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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툭하면 '특혜·로비'.. 총수들, 대통령 앞에서 '침묵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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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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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대표와의 첫 간담회를 앞두고 청와대는 기업 총수들로부터 직접 고충을 듣겠다고 하지만, 재계는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다. 괜시리 건의사항을 얘기했다가 대통령이 해결해 주기라도 하면. 나중에 ‘특혜’로 둔갑되고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삼성과 SK, 롯데, 두산, CJ 등 많은 기업들이 홍역을 치뤘거나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총수들이 문 대통령에게 고충을 털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총수들은 병풍처럼 간담회에 둘러앉아, 대통령의 얘기를 경청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4대그룹 관계자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애로사항, 건의사항 있으면 적어내라고 해서 하라는 대로 했더니, 나중에는 ‘로비 증거’라고 많은 총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청문회에 불려나갔다”며 “과연 대통령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고충을 얘기할 총수가 있을 지 모르겠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우리는 매우 신중하게 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오는 27~ 2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대기업 대표의 간담회는 자유토론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별도로 취합해 간담회 전에 청와대에 전달하는 등 과거의 구태한 패턴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간담회 석상에서 총수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괜히 꼬투리 잡힐 수 있는데, 누가 대통령에게 애로사항을 말하겠느나”고 반문했다. 자칫 규제 완화 등 기업이 필요한 것을 의견 개진했다가 대통령이 풀어주기라도 하면, 나중에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뇌물 혐의를 받고, SK와 한화, 두산, CJ 등의 기업들이 각종 특혜·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 등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밝힌 상태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 권력과 대기업 총수가 동등한 관계가 아닌데도, 문제가 터지면 대가가 오갔 것이란 의혹부터 제기돼 곤혹스럽다”면서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총수들이 만나 내실있는 대화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총수들이 속내를 털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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