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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거부, 의혹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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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94명 ‘2차 법관회의’ 열고 성명 발표/“사법행정권에 대한 신뢰 잃게 해…현안 조사소위에 권한 위임해야”/ 차기 대법원장에 추가 조사 요구/ 양 대법원장 사퇴 문제도 논의돼

일선 판사들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 요구에 난색을 표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차기 대법원장에게도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기로 했다.

전국 각급 법원에서 대표로 선발된 판사 94명은 24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추가 조사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법행정권 관련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법관대표회의의) 6월19일 추가 조사 결의를 대법원장이 거부해 법관의 사직 결의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의혹 추가 조사를 위한 법관대표회의의 현안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한돈(52·사법연수원 28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20일 양 대법원장을 비판하며 사직서를 낸 것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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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에서 모인 일선 판사들이 24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고양남제현 기자


법관대표회의는 또 “양 대법원장의 거부는 사법행정권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사법행정권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게 했다”며 현안조사소위원회에 조사 권한을 위임하고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자료 제출 및 보존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지금의 사태가 현안조사소위원장의 임무를 수행하던 법관의 사직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장은 최 부장판사가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권자인 양 대법원장이 최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최 부장판사는 사직 의사를 철회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회의는 또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부의 인적 구성 변화에도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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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회의 공보 간사를 맡은 송승용(43·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브리핑에서 “1차 회의 결의와 달리 오늘 성명은 후임 대법원장에게도 추가 조사를 요구해 진전된 내용”이라며 “(양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 요구를 또 거부하면 어떻게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이나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의 정보를 정리한 자료를 작성했거나 보유하고 있는지 등의 여부다. 지난 4월 법원 진상조사위는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9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는 양 대법원장의 사퇴 문제도 논의됐지만 표결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특위에서 상정해 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된 법관들의 의사를 사법 행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11일 3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앞서 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19일 1차 회의를 열고 △추가 조사 권한 위임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 규명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을 요구했다. 이에 양 대법원장은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는 받아들였지만 추가 조사 요구에 대해선 사실상 거부했다.

고양=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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