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2년 만에 마무리…증거능력·'대선 개입' 인정 여부가 변수
재판부, 이른바 'SNS 장악 문건'·'부서장 회의 녹취록' 증거로 채택
결심공판 출석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고동욱 기자 = 검찰이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해달라고 24일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원은 내달 30일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이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심 판결을 돌려보낸 지 2년 만에 파기환송심 재판의 심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선거 운동을 곧 국가 안보라고 인식하고, 정부·여당에 반대하면 종북으로 규정해 심리전단으로 하여금 공격하게 지시한 것은 국정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대선에 관여한 선거운동"이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행위를 두고 "정치나 선거에서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 헌법 행위"라며 "소중한 안보 자원이 특정 세력에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불법 정치·선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겐 각각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앞서 1심과 2심 때도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국민이면 누구나 우리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잘살게 되길 바랄 것"이라며 "국정원 간부들과 나라를 걱정하며 나눈 이야기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정치 중립, 선거 중립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라며 "심리전단 직원들의 일도 북한의 대남 선동에 대한 방어로 생각했지 그것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행위였다면 바로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국정원장직에서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 보통 사람의 일상을 보내려 했다. 그런 사람이 왜 선거나 정치에 개입하겠는가"라며 "자유인의 몸으로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바른 판결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기는 등 여론 형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2심은 선거법 위반까지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5년 7월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2심 결론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추가 증거로 제출한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국정원이 작성한 13건의 문건과 국정원에서 최근 회신받았다는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들을 증거로 채택했다.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의 문건은 과거 '디도스(D-Dos) 특검팀'이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전직 행정관을 수사할 때 확보한 자료다. 검찰은 전직 행정관에 대한 법원의 약식명령 결정문과 압수 조서, 압수 문건 중 일부를 확보해 제출했다.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은 2013년 수사 때 국정원이 검찰에 자료를 내며 삭제했던 대목의 상당 부분을 복구한 자료다.
검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4월 회의에선 원 전 원장이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심리전도 중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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