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은 "법원 판단 존중"
강씨 측 "검사에게도 책임 있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 피해자 강기훈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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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24일 "이달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원고 강기훈씨 및 가족의 유서대필 관련 국가배상청구사건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고 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한 신속한 권리구제 등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강기훈씨 측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힌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강씨 변호인은 "1심 법원이 국가와 국과수 감정인 김형영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검사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검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며"도저히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1991년 7월12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씨(당시 25세)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명지대생이 숨진 '강경대군 치사사건'에 대한 대학생들의 항의성 분신이 이어지자 정부가 국면전환을 위해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강압, 욕설 등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2015년 대법원에서 재심청구에 따른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강씨 등은 그해 11월 수사과정에서 위법행위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 강신욱(전 대법관)·신상규(전 검사장)씨, 유서의 필적 감정을 맡았던 전 국과수 문서감정실장 김형영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서대필 조작' 피해자 강기훈씨의 변호인 송상교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와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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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김춘호)는 "국가 등은 강씨와 강씨 가족에게 6억8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두 검사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검사들이 수사 과정에서 폭행 등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소송이 2015년 제기돼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강씨 측 소송대리인인 송상교 변호사는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가해자이자 몸통인,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을 지휘했던 이들에 대해 책임을 부정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김 씨와 검사들의 위법을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유독 검사들만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면죄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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