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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무더위에 '낮져밤이' 된 서울로...쿨팬 설치되고 야행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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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방문객 두 달만에 300만 명 육박

폭염 대비해 '쿨팬' 등 냉각 장치 설치

'서울로야행' 등 야간 도보 관광 코스 호응

동식물 성장하며 도심 속 생태계 갖춰

서울로 7017(이하 서울로)의 보안반장인 김현기(61)씨의 등에는 요즘 매일 하얀 ‘소금꽃’이 핀다.

그의 일과는 총 연장 1024m 짜리 서울로를 하루 12시간 동안 5차례 돌며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개장 초인 5월 말과 달리 요즘엔 근무시간 중에만 500mI짜리 얼음물을 5병 넘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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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 최근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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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뜨거운 햇볕을 받다가 서울로 만리동광장 인근에 있는 휴게실에서 잠시 쉰다. 휴게실의 에어컨 바람을 쐬는 순간은 말그대로 ‘꿀맛’ 휴식이다.

21일 서울로 보안요원 휴게실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오후 1시간 순찰을 돌고 들어오면 와이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는다”며 “얼음물 없이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휴게실에 설치된 소형 냉장고에는 500mL 짜리 생수 페트병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지난 5월 20일 개장해 개장 두 달여 만에 300만 명에 가까운 방문자 수를 기록했지만, 서울로 7017은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너무 덥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로는 지상 17m 높이지만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다, 길 양측은 120cm 높이의 유리 난간으로 막혀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 내뿜는 복사열도 뜨겁다. 때문에 서울로 유리 난간 주변엔 한낮엔 35~36℃를 넘나든다.

쿨팬, 스프링클러 총동원해 더위잡기


이에 서울시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초 냉각장치인 쿨팬(cool fan) 두 대를 서울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장미광장과 목련마당에 각 한 대씩 설치했다.

쿨팬은 가로 1.1m, 세로 60cm, 높이 1.5m 크기의 냉각기로 수분을 기화해 주변 온도 낮춘다. 물을 분사함과 동시에 기화하기 때문에 옷이 젖지 않으면서 냉각 효과를 낸다.

전시관에서 장미마당까지 이어지는 100m 구간 난간 손잡이에는 고정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기다란 배관 곳곳에 구멍을 뚫어 밸브를 연결, 물을 분사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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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고가 보행로 '서울로 7017'에 설치된 냉각기.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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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울로 가게에서 만리동 종점부까지 6곳에는 180m 길이의 바닥용 스크링클러를 설치했다. 고정형 스프링클러와 마찬가지로 구멍에서 물이 나오지만 이동이 가능해 수시로 설치 장소를 옮길 수 있다.

이외에도 보행로 곳곳에는 안개 분수대 15대. 그늘막 10개. 몽골텐트 15개가 추가로 설치됐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서울로 만리동 광장에는 이달 말까지 지름 180㎝ 크기의 원형 수영장 12개를 설치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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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를 찾은 관광객들이 족욕탕에 물에 발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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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손님’이 더 많아져


폭염은 시민들의 서울로 이용패턴도 바꿔놓았다. 개장 초엔 방문객이 오후 시간 대에 많았지만, 7월에 들어서면서 주로 밤에 방문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단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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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방문객 늘어난 서울로 701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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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부른 ‘낮져밤이’(낮엔 지고, 밤엔 이긴다는 의미의 은어)’ 현상”이라고 이수연 서울로운영단장이 설명했다.

달라진 이용패턴에 발맞춰 서울시도 야간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밤 시간대 도보 관광코스인 ‘서울로 야행’등이 대표 인기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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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어린 모종이었던 인동덩굴이 1m 가까이 자랐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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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로에 이식된 각종 식물들이 성장하며 도심 속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백일홍 등 여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인동덩굴은 두 달 만에 1m 높이 울타리 끝까지 타고 오를 정도로 자랐다.

서울시는 서울로 개장에 앞서 전국에서 총 228종의 식물을 옮겨 심었다. 이수연 운영단장은 “꽃과 나무들이 뿌리 내리면서 도심에서 보기 힘들었던 명주달팽이·호박벌·직박구리 등도 서울로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람 뿐 아니라 동식물까지 정주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서울로를 가꿔가겠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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